<칠십리책방>고래나라

제목 : 고래나라
장수명 글, 김품창 그림 / 마주보기

제주도 바다에서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들이 뛰어노는 바다이야기를 ‘어울림의 공간 -제주환상-’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하는 김품창 화백의 그림에 동화작가인 아내가 글을 써서 펴낸 그림책이다. 환상의 나라, 꿈이 살아 있는 나라, ‘고래나라’로 어린이 독자들을 초대한다.

 

안재홍(서귀포시민의책읽기 위원회 위원, 이하 ‘안’)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부터 시작할까요?
이부경(이하 ‘이’) 현재 남원에 살고 있는 40대 후반, 이부경이라고 합니다. 제주에 온지는 만 2년 되었고요. 육지에서는 주로 중고생의 수학을 가르쳤습니다.

안 : 바로 책 이야기로 들어가죠. <고래나라>는 저학년 용 책입니다. 이 책을 특별히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이 : 우선 그림에 매료되었어요. 이미 아이들이 많이 커서 어린이용 책을 읽어본지는 꽤 오래되었는데요. 이 책은 어린이용 책인데도 그 울림이 깊고 진했다고 할까요. 쉽게 읽히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 책은 ‘읽기’보다는 ‘보다’나 ‘느끼다’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제주의 아름다움을 아름다운 문장과 아름다운 그림으로 보여준 책이에요. 또 바다가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희망을 그리기도 했고, 제주라는 아름다운 공간에서 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꿈을 전달해 주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제주에 살지 않거나 제주를 깊이 사랑하지 않으면 못 느낄 것들이 깊이 박혀 있는 느낌이었어요. 제주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아이들은 오히려 더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인데 저처럼 이곳에서 산지 얼마되지 않은 이주민들은 이제서야 하나둘 알아가는 거잖아요. 그래서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제주이야기에 더 쉽게 손이 간 것 같아요.

안 : 책은 한라산과 제주바다를 신령한 것으로 표현합니다. 산과 바다, 무엇이 더 좋으세요?
이 : 바다요. 하지만 한라산은 다른 산과는 달라요. 그래서 한라산은 바다만큼이나 좋아요. 여러번 오르기도 했고요.  바다에 사는 신비한 동물 고래가 신령한 한라산에 산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나봐요. 혹자는 바다가 차갑다고 하는데 전 달라요. 바다만큼 모든 걸 품어주는 것은 없잖아요.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에요. 그런데 한라산은 다른 산과 달리 그런 바다와 비슷한 느낌이에요. 육지에 있는 다른 산들은 오르는 중에도 내리막이 있고 골짜기도 있어서 산이 우리에게 시련을 주거나 하는 것 같은데 한라산은 그렇지 않아요. 오르는 내내는 오르막만, 내려오는 동안에는 내리막만 있어요. 그래서 내내 저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요. 그러다 주변을 둘러보면 높이에 따라 다른 종류의 식물들이 살아요. 하찮아 보이는 풀 한 포기까지 다 살 수 있는 터를 마련해주는 것처럼 보이죠. 한라산을 영산이라고 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 한라산에서는 포근한 바다가 느껴져요.

안 : 아마 저자도 비슷한 생각을 해서 한라산과 맞닿은 바다에 고래나라가 있다고 생각했나봅니다.
이 : 네. 한 5년 전 쯤 남해에서 페리호를 타고 제주로 들어온 적이 있어요. 그때 배 뒤로 고래 떼가 나타났었어요. 정말 놀랐어요. 신비롭기도 했고요. 고래는 바다에 사는 포유류잖아요. 그러다보니 더욱 사람과 가깝게 느껴져요. 함께 산다는 느낌도 강하고요. 그런데 그런 고래를 포획한다던가 쇼를 위해 사육한다던가 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안 : 제주의 아름다움은 뭐가 있을까요?
이 : 책은 ‘아름다운 섬 그곳엔 또 하나의 세상이 있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요. ‘아름답다’는 것은 제주를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형용사인 것 같아요. 처음엔 바다와 바다에 어우러진 검은 돌, 그 위를 떠 다니는 바람이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살다보니 감귤 밭 한 구석에 있는 오래된 창고나 돌담도 아름다워요. 이곳에 관광차 오게 되면 보여지는 것만 보게되는데 제주에 살다보니 숨겨진 멋이 보이더라구요. 제주 할망들의 정, 제주어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요. 특히 제주어는 참 매력적이에요. 어떤 분들은 제주어가 퉁명스럽다, 거칠다 하시지만 이 거친 땅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을 다룬 그 거친 듯 소박한 말이 참 자연스럽고 아름다워요.

안 : 2014년이 저물어 갑니다. 올 한 해 어떠셨어요?
이 : 저에게는 ‘시작’이라는 말로 정의할 수 있는 해에요. 그동안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았는데 올 봄부터 준비한 가구점과 카페를 남편과 함께 시작했어요. 이 <고래나라>를 남편이 그림을 그리고 아내가 글을 쓴 것 처럼 저와 남편도 요즘 그렇게 가구점과 카페를 채우고 있어요. 제주의 돌담, 돌집이 멋지지만 저처럼 육지에서 온 사람들은 도시에 대한 향수를 느끼기도 하잖아요. 그런 향수를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려고요. 살다보니 많은 해들이 어떻게 지났는지 잘 모르겠지만 가구점 아이포룸과 카페 homey를 준비하면서 올 한해는 더욱 정신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래서 행복했던 해였어요. 내년에는 이 공간을 남원의 명물로 만들어 봐야죠.

안 : 평소에 책은 많이 읽으시나요?
이 : 저는 소설과 같은 픽션보다는 수필이나 여행기를 더 좋아해요. 특히 20대부터 루이제 린저의 책은 늘 옆에 두고 읽었어요. 주변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능력에 감동을 받지요. 훌륭한 책은 여러번 읽어도 읽을 때마다 다른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안 : 서귀포 시민의책읽기 위원회에 바라는 것이 있으신가요?
이 : 처음 제주에 와서 도서관에서 본 책이 <김만덕 : 조선의 여성상인>(2012~13 서귀포 시민의책읽기 위원회 추천도서)이었어요.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제주어도 정감있다는 것을 느꼈고 제주의 옛문화도 알게 되었죠. 제주사람들이 힘들게 가꿔온 땅이란 생각이 드니까 제가 지금 밟고 있는 이 땅에 더 정이 갔어요. 그렇게 제주의 멋이나 역사 등을 더 잘 알 수 있게 하는 책을 더욱 많이 선정해 줬으면 좋겠어요.

안 : 본인에게 책이란 00이다.
이 : 공기다. 신선한 공기 속에서 살다보면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몰라요. 하지만 김포공항에 딱 내리면 숨이 턱 막히잖아요. 뿌연 공기에 몸도 나빠지는 것 같고요. 책도 비슷해요. 평소에는 중요하다는 생각을 잘 못하다가도 힘들때는 위안을 주고,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답은 주죠. 그렇게 사람에게 중요한 것이 책이라고 생각해요.

 

서귀포시민의 책읽기는 ‘서귀포시민의책’을 선정해 온 시민이 이를 함께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독서와 토론의 문화를 형성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자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로 의견을 주실 분은 전화 760-3675 또는 메일 aih4960@daum.net으로 연락바랍니다.

정리․사진 문환이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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