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남 최대 학살터, 정방폭포에 4· 3 안내문 없어

‘2천년 전 중국의 설화를 주제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기념관을 건립하면서, 67년 전 서귀포시에서 발생한 최대 비극에 대해서는 안내판조차도 없다니…’

제주4·3 당시 서귀포지역 최대 학살터였던 정방폭포 일대에 후세들에게 4·3의 참상을 일깨울 수 있는 안내판 시설이라도 세워져야 한다는 여론이 높게 일고 있다.

서귀포시 정방폭포와 소남머리 일대는 67년 전 4.3 당시 확인된 사망자만 247명에 달할 만큼 산남지역 최대의 학살터로 파악되고 있다. 당시 서귀면을 비롯해 남원읍, 안덕면, 대정면 주민들이 토벌대에 의해 끌려온 뒤 정방폭포와 소남머리 일대에서 총살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정방폭포 일대는 4·3 당시의 비극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단 하나도 내걸리지 않아, 관광객은 물론 시민들조차 비극의 장소임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는 중국 진시황(기원전 259~210) 시절, 불로초를 찾아 나선 서복 설화에 기초해 서귀포시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92억여 원을 들여 중국인 관광객 위해 서복전시관을 건립했다.

현재의 서복전시관은 4·3 당시 민간인 수용소로 쓰인 전분공장이 있던 곳이다. 4174㎡의 드넓은 부지에는 서복 석상과 기념물, 비석, 야외공연장, 불로장생체험관 등이 들어서 있다. 인근 소남머리 일대에서 자구리 해안에 담수욕장과 유토피아 공원 등이 조성됐지만, 4·3의 아픈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11일 민예총은 4·3 문화예술축전 일환으로 정방폭포와 서복전시관 일대에서 억울하게 죽어 간 4·3 영령들을 위로하기 위해 67년 만에 해원상생굿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 행사에 참가했던 서귀포시 4·3 유족과 행사 관계자들은 후세들에 올바른 역사를 전해주기 위해 이곳에다 비석이나 안내판 등이 세워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2천여 년 전의 확인 안 된 중국 설화에 대해서는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도, 제주현대사의 비극현장을 알리는 안내판이 하나도 없는 것은 행정 스스로 역사를 망각시키려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동윤 4·3 도민연대 공동대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서귀포시가 문화예술, 관광분야과 달리 4·3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는 편”이라면서 “성산일출봉-표선해수욕장-정방폭포 등 4·3 유적지에 방사탑이나 안내판 등을 세우고 역사기행 코스를 개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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