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오충근의 식물이야기>

캄캄한 밤, 메시지 도착 소리로 깼다. 더듬어 전화기를 찾았다. 나날이 흐려져 가는 눈, 끔뻑끔뻑 초점을 맞추며 본 휴대 전화에 질문이 와 있었다.

“좀머귀나무 들어보셨나요? 누가 애타게 찾고 있어서요.”
“아뇨. 특징을 모르니 눈뜬장님이죠. 공부하겠습니다.”

졸음이 쏟아져 건성으로 답을 보내고 눈을 감았다. 잠결 사이로, 근데 머귀나무야 ‘모기낭’이지만, 좀머귀나무는 뭐지? 뭐가 다를까? 이제까지 머귀나무라고 생각했던 것 중 좀머귀나무도 있는 것은 아닐까? 머귀나무는 어디에 있더라, 윗동네에 늙은 나무 한 그루, 산록도로 변, 산지물 인근, 동홍동 사거리 어디쯤, 참 우리 집에도 있지. 나무를 세다 잠이 들었다.

아침, 아이를 학교 근처에 내려주고 머귀나무를 찾았다. 지난번 산보할 때 본 것 같은 데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급할 땐 있어도 보이지 않는 법이고 또 차를 타고 지나며 찾는 것이니 오죽하랴. 아침부터 큰비가  예보되어 있어 일일이 찾아 나설 짬은 안 될 것이다. 아는 나무만 보는데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다.

장소를 옮겨가며 보이는 데로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요즘 스마트 폰은 정말 대단하다. 사진들이 순식간에 날아간다.

“특징을 알려주세요.”
“작다고 하네요. 모두 작아요. 잎도 작고 소엽도 작다네요. 특징은 그것뿐이에요.
동경대학교에 Nakai가 채집한 좀머귀나무 표본이 있는데 채집 장소가 Quelpaert에요. 머귀나무와 유사한 교목이나 잎의 우편이 작고 중륵이 홍색을 띠며 가지가 가늘다."라는 해설문도 있네요.“

식물 주권을 늘 강조하시는 분이시다. 식물 주권, 이보다 내 가슴 더 뛰게 했던 말이 있던가?  외국인도 찾아 기록한 식물을 못 찾는다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그렇더라도 작다는 것만으로 어떻게 찾아내나? 작다는 것은 무엇인가. 얼마나 상대적인 말인가 말이다. 붕붕거리며 산록도로로 향했다. 푸드트럭이 늘 상주하는 곳, 그곳에 머귀나무  몇 그루가 나란히 있다. 곁의 전망대에 오르면 머귀나무의 꽃을 생으로 볼 수 있는 기막힌 곳이기도 하다.

바싹 붙어 있던 늙은 연인 한 쌍이 내가 튀어 오르자 급히 떼어 앉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꽃과 잎을 여러 장 찍어 보냈고 또 답을 받았다.

“아니라고 하는데요?”
맥이 탁 풀렸다. 이건 좀 다르지 않나? 작지 않나?

주문해 나온 커피잔에 빗방울이 쏟아졌다.

Quelpaert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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