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휜 등에 얹힌 삶의 무게여.

이 사진에 붙어있는 원제목은 <대정 고을 농부의 풍속>.딸려있는 설명은 이렇다. ‘단산으로 보이는 산기슭 밭 가운데로 중년의 두 농부가 짐을 지고 지나가고 있다. 흰바지 저고리에 털벙거지를 쓴 앞장선 사람은 지게 위에 멱서리, 그 위에 쇠스랑을 얹고 있고 갈잠방이 적삼에 대패랭이 차림의 뒤엣 사람 역시 지게 위에 돗거름으로 보이는 짐을 지고 있다. 보리라도 갈러 가는 것일까.’ 대정 고을은 지금도 풍요로운 밭작물 지대이다. 특히 단산 아래 대정 향교 부근 사계리 땅은 마늘과 양배추, 쪽파, 감자 등의 밭농사가 사시사철 끊이지 않고 이루어지는 곳. 얼마나 땅이 귀하고 아까운지 한여름 땡볕을 손바닥만큼이라도 가릴 공간이 없어 먼지 풀풀 나는 밭 귀퉁이에서 점심밥을 먹는 인부들이 대부분이다. 이리저리 휘휘 둘러보아도 놀고 있는 자투리땅이 없다. 비싼 땅인 탓이다. 한쪽은 제주섬의 여느 오름과도 비슷하지 않은, 다소 신기한 모습의 단산이 누워있고 그 비스듬히 맞은 편쪽엔 산방산이 버티고 선데다 저 멀리 망망대해까지 보이는 땅이니 언제 어느 때 관광지로 옷을 바꿔 입을 지도 모르는 땅이다.그 땅을 두 농부님네가 걸어간다. 제일 마음이 쓰이는 것은 두 농부님네의 구부정한 허리이다. 지게나 멱서리나 돗거름 따위가 무거워서 허리가 휜 것은 아닐 게다. 나란히 걷지 않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고 있어서일까. 서로 나누어질 수 없는 인생의 무게가 보는 이의 가슴에 얹히는 듯 하다.보리 파종 전 돗거름을 뿌릴 즈음이라면 늦가을이었을까? 길게 그림자를 만드는 저 햇볕이 있기에 조금은 다행이나 저 짧은 해가 떨어지고 나면 갈잠방이 적삼에 새어드는 찬바람을 어찌했을꼬.우리는 모두 슬픈 밥을 먹고 이만큼 자랐다. 우리는 모두 저 농부님네들의 아들 딸이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글= 조선희 기자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