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학 칼럼③]정현채/서울의대 내과

연재순서

① 질병에 대한 인류 투쟁의 역사
② 사람은 어떻게 죽는가? - 사망 원인 1위인 암에 대하여
③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죽음의 여러 모습 (1)
④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죽음의 여러 모습 (2)
⑤ 의료현장에서 경험하는 죽음의 여러 모습 (1)
⑥ 의료현장에서 경험하는 죽음의 여러 모습 (2)
⑦ 의학연구로서의 근사체험 (1)
⑧ 의학연구로서의 근사체험 (2)
⑨ 현대인이 알아야 할 삶의 종말체험 (deathbed vision)
⑩ 인류에게 죽음이 사라지면 축복일까 재앙일까?
⑪ 자살에 관한 담론 (1) (자살을 하면 왜 안 되는가?)
⑫ 자살에 관한 담론 (2) (자살을 하면 왜 안 되는가?)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가 1936년 발표한 <어느 공화국 병사의 죽음>에는 날아 온 총알에 머리를 맞고 쓰러지는 한 병사의 안타까운 죽음의 순간이 담겨 있다.
 이 작품 외에도 카파는 여러 나라의 전쟁터를 취재하면서 삶과 죽음의 순간을 포착해 냈다. 그리고는 1954년에 사진을 찍던 전쟁터에서 지뢰를 밟아 사망한다.
 

1950년 발표된 칼 마이단스의 <통곡>은 한국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다른 자료에 의하면 1948년에 있었던 여수순천반란사건 때 촬영한 작품이라고도 함).
갑자기 살해되어 황망히 세상을 떠난 삼십대 초반의 남자가 쓰러져 있고 그 옆에서 울부짖는 어린 두 딸과 늙은 어머니를 사진에 담았는데,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서는 예고 없이 가족과 사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사진을 볼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워싱턴포스트지의 캐롤 구지 기자가 2011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시간이 멈춘 순간>에서는, 2010년 1월 발생한 아이티의 지진 현장에서 사망한 피해자의 두 발과 신발을 통해 자연재해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죽음을 중요한 그림의 소재로 삼은 화가로서는 단연 노르웨이의 에드바르드 뭉크를 들 수 있다.
뭉크는 다섯 살에 결핵을 앓던 어머니와 사별하고 열네 살에는 역시 결핵으로 누나의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이후 그가 파리에 머물고 있던 1889년에는 의사였던 아버지도 세상을 떠난다. 가족의 건강과 존속 여부에 대한 불안은 1890년대에 이를 때까지 그의 인격과 예술적 기질에 중대한 역할을 하게 된다. 뭉크는 불안과 질병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방향타 없는 배와 같았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1894년 발표한 그림 <마돈나>에서 삶과 죽음을 직접 연결하는 끈을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해서 뭉크는 다음과 같이 기록한 바 있다.
당신의 얼굴에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과 고통이 넘칩니다. 왜냐하면 죽음과 삶은 손을 잡고, 수천의 죽음과 수천의 삶을 연결하는 고리가 지금도 여전히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1895년에 제작한 <뼈만 앙상하게 남은 팔을 한 자화상>에서는, 항상 죽음을 의식하고 응시해 온 뭉크답게, 앙상하게 뼈만 남은 팔을 그림 하단에 그려 넣었다.
뭉크는 1944년 모든 재산을 오슬로 시에 기증하고 여든한 살의 나이로 평화롭게 임종을 하는데, 세상을 떠나기 4년 전에 그린 <창문 옆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자신을 보여 준다.
얼굴과 배경의 붉은 색은 옷의 짙은 녹색과 더불어 삶의 영역을 나타내고 창밖의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풍경은 죽음의 영토로서 삶과 대비가 된다.
 

우리는 지금 서 있지만 언젠가는 누워서 죽는 날이 올 것임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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