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학 칼럼④]정현채/서울의대 내과

연재순서

① 질병에 대한 인류 투쟁의 역사
② 사람은 어떻게 죽는가? - 사망 원인 1위인 암에 대하여
③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죽음의 여러 모습 (1)
④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죽음의 여러 모습 (2)
⑤ 의료현장에서 경험하는 죽음의 여러 모습 (1)
⑥ 의료현장에서 경험하는 죽음의 여러 모습 (2)
⑦ 의학연구로서의 근사체험 (1)
⑧ 의학연구로서의 근사체험 (2)
⑨ 현대인이 알아야 할 삶의 종말체험 (deathbed vision)
⑩ 인류에게 죽음이 사라지면 축복일까 재앙일까?
⑪ 자살에 관한 담론 (1) (자살을 하면 왜 안 되는가?)
⑫ 자살에 관한 담론 (2) (자살을 하면 왜 안 되는가?)

 

 

한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허무함과는 대조적인 정경을 담아 낸 사진도 있다. 미국의 사진작가인 유진 스미스의 1951년 작품 <후안 라라의 장례식 전야>에서는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에 둘러싸인 채 침상에 누워 조용히 임종을 맞는 노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침상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임종의 시간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아쉬움이 있지만 공포는 보이지 않고, 죽음을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는 것 같은 분위기가 엿보인다. 이러한 광경은, 의식이 없는데도 대형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온갖 생명유지 장치를 매단 채 수십 년 같이 살아 온 가족과 격리되어 있다가 한마디 말도 못 한 채 쓸쓸하게 혼자 세상을 떠나는 요즘 세태와는 크게 대조된다.
 

또 1500년경 네덜란드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슈가 그린 <천국으로의 승천>에는 근사체험의 여러 요소 중 하나인 터널을 통과하여 빛을 만나는 장면이 잘 묘사되어 있다. 미국의 사진작가인 유진 스미스도 그의 한 작품에서 이와 유사한 장면을 잘 포착하고 있다.
 

근사체험 또는 임사체험이란, 심폐소생술에 의해 심장과 호흡이 멎었던 사람 중 일부가 되살아나면서 보고한, 죽었던 동안의 경험이다. 이에 관한 연구의 물꼬를 튼 사람은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레이먼드 무디 주니어이다.
 

그는 원래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던 교수였는데, 주위에서 이러한 체험을 한 사람들을 여럿 만나게 되면서 이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의과대학에 들어가 정신과 의사가 되는데, 그 과정에서 근사체험자 150명을 8년간에 걸쳐 면담한 후 낸 책이 <다시 산다는 것 (Life after life)>이다.
 

또한 스위스 출신의 정신과 의사였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저서 <사후생 (On life after death)>에서 수많은 환자, 특히 어린이 환자의 임종을 지키면서 관찰한 공통된 현상과 그 외에 여러 근사체험자들의 수십 년간의 경험을 보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인간의 육체는 영원불멸의 자아를 둘러싸고 있는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죽음은 존재하지 않고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일 뿐이다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이나 슬픔은 인간이 겪어야 하는 가장 고통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사람이 죽을 때 실제로 어떤 일을 겪는지, 그리고 삶의 경계를 벗어나면 인간의 의식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가 과학적으로 규명된다면, 죽음을 향한 혐오나 두려움은 많이 해소될 것이며, 죽음을 미화하거나 찬미하는 시각 역시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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