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병/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생물학 박사

  -  화산이 남긴, 보물 연외천
 제주에는 60여개 소규모 하천과 계곡들이 분포해 있으며, 이중 물이 흐르는 곳은 하류를 중심으로 연외천, 강정천, 광령천, 산지천, 창고천, 중문천, 효돈천 등이 대표적이다. 서귀포시 중심에 위치한 천지연을 품고 있는 하천이 바로 연외천이다.


 연외천에 대한 문헌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1530), 『탐라지』(1653), 『대동여지도』(1861) 등에는 홍로천(洪爐川)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조선지형도』(1918)와 『증보탐라지』(1953)에는 연외천(淵外川)으로 표기했다. 연외천은 솟밧내 또는 솜반내라 부르는데, 소(沼)[천지연]의 바깥에 있는 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다.


 제주도는 화산섬이다. 땅속 뜨거운 마그마가 땅위로 올라와 용암길을 만들면서, 수많은 경이로운 경관자원을 만들어냈다. 한라산의 계곡은 바로 화산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화산학의 교과서이다.


 연외천과 같은 하천을 탐사하다 보면, 용암의 분출단위, 용암층과 고토양층의 퇴적, 용암의 흐름, 용천수, 용암동굴 등 수많은 지질학적 자원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계곡에는 수자원을 비롯해 수려한 경관과 다양한 식물자원을 품고 있기 때문에, 인류의 정착지인 동시에 야생동식물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


 - 생태자원의 보고, 천지연
 하늘에서 기차를 타면, 어디에서 내릴까. 하늘과 땅이 만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수많은 곳 중에 하나가 천지연(天地淵)일 것이다. 시인 이용균(2015)은 「천지연으로 가는 기차」를 통해 밤하늘에 기차를 타고 천지연에서 노는 아

이들을 상상하면서 천지연을 예찬하고 있다.


 

연외천은 한라산 남쪽에 위치한 효돈천 인근의 쌀오름(해발 566m) 북서쪽 해발 600m 지점에서 발원해 제2산록도로를 가로질러 서귀포시 서홍동, 솜반천, 천지연폭포를 지나 서귀항에 이른다. 하류에는 서귀포 패류화석층과 천지연폭포를 비롯해 천연림, 무태장어 서식지, 원앙 월동지로서의 풍부한 생태자원을 간직하고 있다.


 걸매생태공원에서 천지연 지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다른 구간보다 식생형성이 양호하고 식물상이 가장 다양한데, 이는 풍부한 수량과 협곡같은 지형이 발달했을 뿐만 아니라 관광지로서 상대적으로 잘 보호되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이 구간에는 구실잣밤나무, 종가시나무, 녹나무, 동백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담팔수 등 30여 종류의 상록 및 낙엽활엽수가 수림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천지연 폭포 일대의 난대림이 천연기념물 제379호, 그리고 아열대성 수종인 담팔수의 자생지가 천연기념물 제163호로 각각 지정될 정도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최근 연외천 일대의 탐사 결과(김대신,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에 의하면, 연외천 일대의 식물상은 모두 509종류였으며 멸종위기야생식물로는 솔잎란과 죽절초 그리고 특산식물은 왕초피나무, 가시딸기, 솔비나무, 제주상사화, 좀비비추 등이 확인되었다. 이중 가시딸기(Rubus hongnoensis Nakai)는 장미과의 낙엽성 관목류로 1914년 일본인 나카이(Nakai)에 의해 처음 제주특산식물로 보고된 식물로, 천지연계곡의 절벽 하단부에 소수가 자라고 있다. 학명 중 종소명 hongnoensis는 연외천 구간에 위치한 홍노리(지금의 서홍동과 동홍동)를 의미하며 이 지역에 자생하고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또한 연외천은 연중 물이 흐르고 기수성 어류들 뿐만 아니라 양서류, 파충류 등 야생조류의 먹이원이 풍부한 곳이다. 백로류, 오리류 등의 물새들은 습지의 수위, 식생, 잠재적인 먹이원 등에 따라 서식지의 선호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지만, 천지연 폭포와 하논 분화구 습지 일대는 야생조류의 기착지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매년 천지연 폭포에는 원앙을 비롯해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등의 오리류와 왜가리, 쇠백로, 해오라기 등의 백로류가 찾아온다. 지난 2007년 1월에는 부채꼬리바위딱새가 제주도에서는 처음으로 천지연 폭포에서 확인된 적이 있다. 다른 딱새류에 비해 앉아 있을 때 특히 물가 주변의 바위에서 꼬리를 부채처럼 펼쳤다 접었다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천지연이 잠재적인 월동지가 되고 있다.

 

- 세계적인 생태문화관광지로 우뚝
 연외천에는 천연의 생태자원 이외에 구석기 시대의 유적인 생수궤를 포함해 마애석각, 돈짓당, 수력발전소 터 등 다양한 문화자원이 분포하고 있다. 또한 연외천 일대는 하논 분화구, 솜반천, 흙담소나무, 먼나무, 제주 최초의 감귤나무, 녹나무, 지장샘, 드렁머류 등 서홍팔경 그리고 새연교, 걸매생태공원, 칠십리시공원 등을 바탕으로 한 지질공원 트레일코스, 올레코스, 작

가의 산책길, 칠십리음식특화거리, 하논성당길(환희의 길) 등의 힐링길이 국내외의 관광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제주의 대표적인 생태문화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앞으로도 연외천 일대의 자연경관적 가치를 유지하고 동식물의 생태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서는 하천정비사업, 레저 활동, 생업활동에 의한 오염원의 유입 차단 등 인위적인 간섭요인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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