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정의 책임 문제도 규명되어야..."

▲ 제주4.3평화재단 이문교 이사장

현황

1.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재취임 책임이 무겁겠습니다.
-우선 저를 제주4·3평화재단 제5대 이사장으로 재선임해주신 임원추천위원회 위원님들과 4·3평화재단 이사님들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4·3은 제주도민의 아픔이고,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며, 세계 인권역사의 아픔입니다. 사건 만행의 시대를 살았던, 그 현장을 보았던 한 사람으로서, 그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하는데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고, 한편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인생의 마지막 봉사기회로 삼고 우리 시대에 일어난 4·3사건의 아픔을 우리 시대에 치유함으로써 자랑스러운 화해정신을 후예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 4·3추념일 국가 기념일 지정 이후 변화는?
-4·3 68주년이 되는 해를 맞이했습니다. 지난 2014년 4·3희생자추념일이 첫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후 3년째를 맞이하는 해입니다. 
4·3희생자추념일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단순하게 추념식의 의례 품격만을 높인 것은 아닙니다. 과거사 청산을 통해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진일보한 정부의 결단이었습니다. 4·3은 국가에 의해 공식적으로 역사적 정당성을 부여 받았습니다. 이제 국가가 전적으로 추념일을 기념함으로써 4·3문제는 제주를 넘어 국가적 의제가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민간 차원에서 시민단체에서 그리고 제주4·3평화재단에서 주관하고 주최했던 4·3희생자 위령제가 추념일 지정과 함께 명칭도 변경되었습니다.

▲ 4.3백비, '언젠가 이 비에 제주 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 (백비=어떤 까닭이 있어 글을 새기지 못한 비석을 일컫는다.)
▲ 백비를 비추는 빛 그리고 높은 벽

Ⅱ. 과제

3. 일부 보수 인사들이 희생자 재심사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진척되고 있습니까?
-4·3희생자 재심사 문제는 두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하나는 일부 보수인사들이 63명을 대상으로 희생자 결정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는데 법원은 이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이에 대해 고소인들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사법부의 판결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행정자치부에 53명의 희생자를 재심사해야 한다고 민원을 제기한 사항인데 이 문제를 정부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4·3희생자 심사는 합법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결정되었고 현제도 아래에서는 재심사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4. 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4·3에 대한 기술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습니까?
-국정교과서의 기술은 현재 진행 중인데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4·3에 대한 기술은 정부가 확정한 「4·3진상조사보고서」를 근거로 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교과서 시안이 나오면 공청회라든지 국민적 동의를 필요로 하는 절차를 밟지 않겠어요. 4·3역사를 왜곡하거나 정부 보고서를 일탈하는 자료를 활용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4·3을 왜곡한다면 사학계(史學界) 뿐만 아니라 국민적인 저항을 받게 될 것입니다.

5. 2015년 제1회 4·3평화상을 시상했는데 제2회 4·3평화상 후보자 선정은?
-제주4·3평화상은 2015년 4월 제67주년 4·3희생자 추념일을 기념하여 제1회 시상식을 가졌습니다. 이 상은 격년제로 시상하기로 했음으로 2017년 4월 2회 시상을 하게 됩니다. 그에 앞서 올해는 제주4·3평화상 후보자를 3배수로 선정하여 4·3평화상위원회에 추천하면 2017년 1월에 수상자를 선정하게 됩니다. 
4·3평화상실무위원회는 국제적으로 폭넓게 4·3진상규명이나 평화 인권 운동에 공헌 해 온 후보자들을 물색하고 있습니다. 

6. 4·3희생자유족회와 재향경우회가 화해선언을 하고 여러 가지 화해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영향은?
-국내외 과거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4·3해결 과정이나 그 결과에 대해 세계적으로 과거사 청산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평가합니다. 외국에도 제노사이드들이 많이 있고 진상규명 작업도 진행되지만 결과적으로 대립하는 세력 간의 화합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다시 분쟁으로 번지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제주4·3의 경우는 예외이지요. 화합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때문에 새로운 갈등이 예방되거나 미미한 것입니다. 그 중요한 사례로 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 재향 경우회가 화해선언을 하고 함께 화해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제주 사회에 화해 분위기가 정착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현충일 기념식, 4·3희생자 추념식을 함께 참석하거나 전국체전에서 두 단체 대표가 성화를 봉송한 일, 다양한 모임에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국민들로부터 공감대를 넓게 형성하고 있지요.

▲ 4.3평화기념관 내에 설치된 작품. 원혼들의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고길천 화백 作.

Ⅲ. 미래

7. 4·3은 어떤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4·3을 해결하는 데는 진실책임화해의 3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이 원칙을 무시한 채 미봉책으로 4·3의 갈등을 봉합하는 일은 4·3을 계속 진행형으로 남겨 놓는 책임 회피나 마찬가지입니다. 
진실책임화해의 3원칙을 존중하고, 4·3을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면 그 결과는 국내 과거사 청산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고, 세계적인 제노사이드 사건이나 분쟁지역의 갈등 해결 또는 평화 추구를 위한 교훈이 될 것이며, 앞으로 남북통일이 이루어지는 그날이 오면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선행 사례로
벤치마킹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 4·3평화공원을 평화성지로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 계획은?
-4·3평화공원의 성지화는 4·3공원을 희생자를 위한 위령공간이면서 4·3의 아픔을 극복한 평화의 성지로 거듭나야 4·3의 정신을 세계화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사업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세우겠지만 4·3의 의인(義人)을 발굴하여 조형화하거나 그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선양하는 일도 바람직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4·3공원을 문화예술 공간화 하는 사업도 성지화 사업과 함께 추진되어야 합니다. 
제주도민들의 참여 프로그램도 개발하고자 합니다. 성금이나 기증을 통해 평화의 숲을 조성함으로써 평화공원 안에 또 하나의 평화를 생각하는 명상의 숲을 만들고 평화의 종을 건립하여 평화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는 일도 상징사업이 될 것입니다.

9. 4·3 70주년이 2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요?
-2018년 4·3 70주년 기념사업을 미리 준비하고자 합니다. 4·3 70주년을 4·3해결의 대전환점으로 설정하고 그에 따른 사업을 사전에 준비하여 추진함으로써 기대의 효과를 얻고자 합니다. 
70주년 기념사업은 기본방향을 전도민의 참여, 전국화국제화, 정책적인 상승효과를 전제로 삼고, 세부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단을 구성할 것입니다. 
4·3의 미결과제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와 대안정책을 세우는 일은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풀어가야 할 선행사업입니다. 사가(史家)들의 몫으로 남겨진 4·3의 성격연구도 주요 과제 중의 하나입니다.

10. 앞으로 해결해야 할 4·3의 주요 과제는?
-4·3평화재단은 4·3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정부의 후속 업무를 대행하는 공익재단입니다.
2008년 설립된 이후 법정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그 결과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도민사회로부터 공익기관으로서의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우선 장기 과제로 4·3의 성격과 미군정의 책임 문제도 규명되어야 합니다. 단기 과제로는 숱한 민원으로 제기되고 있는 4·3피해 미신고자들을 위한 신고기간 상설화 등은 정책적으로 해결되어야 합니다.
4·3평화재단은 추가진상조사보고서 발간, 4·3의 교육과 연구 지원 강화, 4·3의 국제화 사업들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려 합니다.

11. 마지막 한 말씀해주신다면?
-저는 이 시대의 아픔으로 남아있는 4·3을 해결하는데 우리 세대들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선한 의지를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더 나아가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들과 손을 잡고 4·3의 아픔과 갈등을 해결하려는 힘을 모아야 합니다. 4·3의 해결을 위협하는 이념에 편향된 세력이나 부당한 압력이 행사된다 하더라도 바른 역사의 물줄기는 가로 막을 수 없습니다. 
‘우분투’라는 남아프리카 반투어의 단어가 있습니다. ‘우리이기에 내가 있습니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너와 내가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함께 하기에 내가 존재하며 공동체를 위하는 마음으로 행동하면 그 속에서 나도 같이 커질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4·3은 우분투의 시각으로 보아야 합니다. 좌우 이념의 대결,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평화정신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 길은 용서하는 것입니다. 용서의 힘은 내 스스로를 분노의 감옥과 깊은 슬픔의 수렁에서 벗어나게 해 줍니다. 
역경과 시련 속에서 위대함을 이루어 내는 것을 천강대임(天降大任)이라고 한 맹자(孟子)의 말을 독자들이 함께 기억해 주었으면 합니다. 
지역의 민의를 대변해온 서귀포 신문창간 2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성년의 발걸음을 더욱 굳게 내딛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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