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 구성을 앞두고 당리당략에 따라 밀당을 하다 가까스로 합의를 이루고 개원한 제20대 국회. 큰 아쉬움이 남지만 일단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을 이뤘다. 키워드는 소통과 협력이다. 물론 앞으로 4년의 도정 곳곳에는 온갖 장애 요소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나 지혜롭게 헤쳐 나가야 할 책무가 20대 국회의원 각자에게 주어져 있다. 그 길은 역시 아집을 버리는 일이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임하는 일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20대 국회 개원 연설은 함량미달이었다는 세평이다. 그러나 국회와의 소통과 협력을 앞세운 국정운영을 언급하는 박 대통령의 유화적 제스처를 볼 때, 희망을 완전히 놓을 단계는 아니라 본다. 단지 대북관계에 있어서 강경모드 유지는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갖게 하고 피로감을 쌓이게 만드는 요소임은 분명하다. 경제 살리기를 소리 높여 외쳤으나 남북 강경대치가 경제에 미치게 될 파급 영향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만큼 국가안보를 이유로 투입되는 국민 혈세가 급증할 것으로 예견되면서 상대적으로 사회복지 측면의 국민적 박탈감 상승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국회가 여하히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국회에 대한 불안감은 엉뚱한 곳에서 터져 나왔다. 국민의 당 리베이트 사건과 무원칙한 비례대표 공천 문제이다. 이와 같은 공당의 모습은 국회 의정 활동 전반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 대표의 말 바꾸기와 변명에 급급한 최고위급 당료들의 무책임성 등이 이니셔티브를 쥐겠다고 호언장담하던 국민의 당을 일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겠기 때문이다. 정치는 신뢰를 먹고 자라는 유기체이다. 그 신뢰를 잃고서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국민은 없다.
국민의 당 진상조사단장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자신없는 목소리로 '불찰', '소홀한 회계처리', '계약상 일종의 실수'라며 얼버무리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어떠한 선거에 있어서도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만큼 사후 선거비용 관련 회계처리에도 철저를 기하는 것이 상식이고 원칙이다. 국민의 혈세이기 때문이다.
철저히 하노라고 했어도 이렇게 드러난 것이라 할 때에 그 이면은 어떻겠는가, 라는 국민들의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을 소리 소문 없이 비례대표 7번으로 꼽아 넣었다는 모습도 황당한 일이다. 드러났기 망정이지 그냥 숨겨졌으면 구태는 천년만년 계속될 일일 것이다. 리베이트건 비례대표 공천비리이건 국민의 당만 그랬겠느냐는 의문이 꼬리를 무는 것 또한 당연지사다. 명명백맥히 밝혀져야 할 일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