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기자 현장취재 ]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 그 현장을 가다

 

지난 7월 9일 토요일,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관)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에 다녀왔다. 올해 1월 서귀포시에서 국민안전처로 근무지를 옮기고 서울생활 6개월 만의 첫 문화생활 향유라 그런지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무더운 여름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연인, 학생, 외국인 관람객들로 덕수궁관 전시 현장은 북적거렸다. 6월 3일 전시 시작 이후 6월말까지 5만 명이 다녀갔다니! 이중섭 전시에 대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이중섭 탄생 100년을 맞아 '황소', '바닷가의 아이들', '길 떠나는 가족' 등 그의 대표적인 작품과 드로잉, 편지화, 엽서화, 은지화 등 이중섭의 생애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전시는 1전시관부터 4전시관까지 이중섭 생애가 시·공간을 따라 구분되어 있고, 특히 1전시관에서는 부산과 제주도 피란시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관 한쪽 벽면에 서귀포에 있는 이중섭 거주지 초가를 영상으로 처리해 마치 서귀포 이중섭 거주지를 직접 방문한 것처럼 반갑게 느껴졌다.

이중섭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바로 '황소'였다. 학창시절 미술교과서에서 봐왔던 힘찬 황소만을 생각했었는데 시기별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황소에 투영한 작품이 많았다. 그 중에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로 피를 뚝뚝 떨어뜨리는 소 그림은 전쟁, 마치 분단 상항 속에서 이중섭이 겪은 삶의 애환인듯, 내 뼛속까지 전해져 왔다.

(사진=이영미)

이중섭의 작품도 물론 좋았지만 관람객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곳은 3전시관 편지화였다. 이중섭이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7월경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내고 가족을 그리워하며 보낸 수많은 편지들이 전시되어 있다. 애틋한 그리움과 사랑이 글씨와 함께 즉흥적인 그림과 어우러져 일반 작품과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편지글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어보며 눈물을 훔치는 관람객들도 꽤 있었다.

마지막 4전시관에 이르러서 '돌아오지 않는 강' 작품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거식증과 정신질환에 시달리며 병원을 전전하던 이중섭의 절필 작품으로 한 소년이 추운 겨울날, 밖에 나가지 못한 채 창문에 매달려 어머니를(혹은 아내를) 기다리는 모습이 이중섭의 암울한 현실과 겹쳤기 때문이다.

이번 <이중섭, 100년의 신화전> 전시회 관람은 대한민국의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서 한 천재적인 예술가의 꿈과 좌절의 경로를 되짚어 보고, 삶과 예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사진=이영미)

<이중섭, 백년의 신화전>은 10월 3일까지 계속되며, 올해 특별한 여름휴가는 이중섭 전시회와 함께 하기를 적극 추천한다. 특히 배우 이정재의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해서 관람한다면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작품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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