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로 도제(道制) 실시 70년을 맞는다. 특히 지난 10년은 지방분권 가치를 내포한 특별자치도로서 본격 출범, 가동한 시기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 도(島)에서 도(道)로의 승격이 안겨다 준 여러 제도적·생활양태적 측면의 변화는 이후 제주도의 외형적 개발, 양적 성장을 견인해 왔다고 봐서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4·3과 6·25의 비극과 혼란을 겪으면서도 근면·자주·자강의 도민 정신은 그 시련을 능히 이겨냈다.

1945년 10월, 도제실시추진위원회를 결성해 활동에 돌입한지 10개월 여 뒤인 1946년 8월 1일, 전라남도에서 분리되는 도(道) 승격의 꿈을 이뤘다. 도제 실시 당시 인구는 총 26만6,419명에서 이제 인구 65만명 시대를 열었다. 당시 1억원 수준에 불과하던 재정 규모는 2016년도 본예산 기준으로 4조1,000억원대이다. 지역내 총생산은 23억원에서 2015년 말 13조1,135억원으로 5,700배 증가를 이뤘으며, 도민 1인당 생산액은 8,800원에서 2,340만원으로 2660배 대폭 증가했다. 관광객 통계자료가 구축된 1962년 이후 연간 6,500여명에 불과하던 관광객 수는 2015년, 1300만명을 넘겼다. 이처럼 성장 위주의 양적인 팽창 이면에는 숱한 갈등과 부작용의 연속이었음도 숨길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내생적·고품격 문화'로의 변화, 그러한 사회구조를 이루기 위한 노력도 가일층 더해져야 한다는 도민사회 요구 또한 높다.

다산 정약용의 가르침 가운데 '외천(畏天), 외민(畏民)'이라는 말이 있다. 한 사회의 리더가 하늘과 백성을 두려워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일도 능히 이루기 어렵다는 말이고, 이를 도외시하면 도리어 세상이 뒤집힌다는 말이다. 원희룡 지사 역시 도제 실시 70년, 특별자치도 10년의 해 2016년을 맞으면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를 화두로 삼았었다. '외천(畏天), 외민(畏民)'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엎기도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민심이 천심이다. 지금도 그때 초심이다. 올곧은 길을 걷는 일 못지않게 도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길을 걷겠다"는 각오를 밝히면서 던진 말이었다. 그로부터 다시 7개월이 지났다. 원 지사는 과연 '외천(畏天), 외민(畏民)'의 길을 걷고 있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볼 때이다.

도제 실시 70년을 맞으면서, 또 특별자치도 출범 10년을 돌아보면서 제주의 자연과 문화, 사람의 가치를 앞세운 민선 6기 원희룡 지사의 도정 철학은 옳은 방향이라 평가받는다. 그러나 원 지사가 밝혔듯이 "큰 틀에서 자연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는 전제하에 미래 성장 동력과 경제활동 기회의 창출에 역점을 둘 것"이라는 도정 정책 방향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가. 아무래도 개발위주의 정책들이 쏟아지면서 당초 제시했던 자연환경 그대로 유지는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또한 '선거중립은 철칙'이라 밝혔던 원 지사의 소신 역시 지난 4·13 총선 정국에서 드러났다시피 여지없이 무너졌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경선과 본선 과정에서 일부 후보를 위한 공권력 동원이 난무했다는 세간의 입방아에 대해 할 말을 잃었던 상황임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캠프에서 활약했던 인사들에 대한 '보은의 자리 챙기기'를 도민들이 목도하고 있다. 28일자로 단행된 2016 하반기 인사에서도 '일 중심', '업무 연속성' 원칙을 지켰다고 하나 서귀포시의 경우 임명 3개월 혹은 6개월여 만에 보직 변경해버린 사례는 인사의 맹점이라 할 것이다. 찾아보면 이러한 사례는 숱할 것이다. '소통과 통합'에 득이 될 리도 없다.

그리고 원희룡 지사는 진실로 '제2공항과 강정마을의 갈등 해소 등을 위해서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뒷짐진 채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는 것은 아닌가.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면, 강정의 경우에 대통령의 '8·15 특사'에 포함되길 기대해마지 않는다.

제2공항 입지 결정에 대해서 원 지사는 "사전에 투기와 다양한 갈등 촉발 등을 차단하고 객관적으로 입지를 선정하기 위해 외부의 입김을 최소화해서 입지선정 절차를 밟아온 것"이라 말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안전·환경경제 등 국제적 기준에 따라 정밀하게 검토한 후 예정지가 선정된 것"이라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원희룡 지사의 발언은 현재 드러난 문제점들을 살펴볼 때에 거짓된 것이 아니었나, 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제2공항의 미래를 제주공동체 전체의 관점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해당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보상과 지원이 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던 약속도 온데간데 없다. 현지 설명회가 무산된 이후에 단 한 차례도 진지한 대화의 자리가 없었다는 지역 주민들의 전언이고 보면, 소통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지 않은가. 진정, 지역주민들과 소통해야 마땅할 것이다. "정부 발표가 바뀔 가능성도 없고, 현재 제기되는 주민 동의는 대안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되뇌일 게 아니라 "정석비행장이 답이 될 수 있다"는 여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원희룡 지사 스스로 "(저에 대한) 평가는 도민과 하늘에 맡기겠다"고 했다. "제주에 기회가 오고 있다. 그러나 기회는 붙잡고 활용했을 때 주인이 되는 것이다.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남들이 따라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변하고 개척했을 때 제주는 더 큰 꿈을 꿀 수 있고 이룰 수 있다"는 원 지사의 소망이 다시 제주 미래 70년 시작점의 화두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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