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소나기 한 줄기 지났다. 더위가 누그러졌나 싶었는데 볕은 여전히 뜨겁다.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지속된다. 열대야도 십 수 일째이다. 도내 해수욕장을 찾아든 피서객이 벌써 200만명 가까이 된다는 소식이고 보면, 유난히 무더운 여름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흔히 '더위 먹었다'고 표현하는 온열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일사병, 열사병, 열중증 등 모든 더위병은 자칫 응급처치가 늦을 경우,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지럽고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온열질환의 시초라 한다. 탈진으로 인한 긴급 구조, 종합병원 응급실 호송 사례도 자주 보도되는 상황이다.

폭염은 일의 진행을 늦추기도 하고 때로는 실수를 연발하게 만들기도 한다. 더위 탓에 신체 적응이 느려지고 집중력과 주의력이 산만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염 탓으로 돌려버리기에는 황당한 일들이 서귀포시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서귀포시 공직 시스템의 문제인지 그 시스템의 일부분인 사람의 문제인지 종잡을 수 없는 일들이 시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더위보다 더 짜증나게 만드는, 허접한 일들이 공직자와 토호 세력 간 '관계성' 안에서 터져 나오기 일쑤다.

'청렴, 부패 척결'을 외치는 공직사회 내부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서귀포시 곳곳에서 빈발하는 비리와 부패의 그림자가 이미 도를 넘어서고 있다. 영농조합법인 등에 의한 보조금 부정 수급, 횡령 사건에 공무원이 엮이는가 하면, 폐기물 관리업체 배경으로 공직자의 허위보고와 수뢰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용머리 해안 교량 공사에 대해 말들이 많다. 지난 2010년에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용머리해안이다. 그 이듬해에는 천연기념물 526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곳이다. 이제 세계자연유산 지정을 조심스럽게 준비하는 중이기도 하다. 손을 대지 말아야 할 천혜의 자연자원에 쇠말뚝을 박고 콘크리트를 들이부은 교각 시설이 들어섰다. 5억7천만원의 예산을 들였다는 다리 치고는 볼썽사납다. 전문가나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조차 '흉물'이라 지적한다. 수억원 예산이면 용머리해안 절경과 어우러지는 '조형작품으로서 다리', '자연친화적 교량'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그리고 정작 해당 교량 시공사가 챙긴 공사비는 바지선 임대비용(2천만원)을 포함해 1억몇천만원 수준이라 밝혔다니, 조달청 물품 대금을 감안하더라도 수억원의 차액은 어떠한 용도로 쓰인 것인지 의문이다.

제줏말로 '숭악한(흉악한)' 일은 또 있다. 위미1리 종남천 하류 수해상습지 개선 공사가 실제로는 수해와 전혀 상관이 없는 하천 인근 토지 소유자 몇몇을 위한 공사로 드러나고 있다. 해당 토지 보호 방호벽 쌓기와 하천부지를 활용한 개인 소유토지 가치 상승을 노린 도로 개설, 부동산 가격 상승을 노린 교량 설치 공사를 진행하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교량 건설을 적극 반대한 7순의 주민은 "이곳에서 수십년 살아오지만, 수해를 입은 기억이 없다. 이번 공사로 수해에 더 취약한 곳이 된 셈"이라 증언한다. 어느 청년은 "우리 청년들이 '작은 곶자왈'이라 부르면서 쉼터로서 자주 찾던 곳이었는데, 아름드리 팽나무 등을 뿌리 채 뽑아가 버렸다"고 성토한다. 실제 수 백 년 된 팽나무 한 그루는 마을 의례회관에 옮겨 심어 이미 고사한 상태였고, 다른 한 그루는 개인의 밭으로 옮겨 심겨졌다가 지금은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라 한다.

중문동에 위치한 중문성당 앞 토지에 지하2층 지상8층 650실(28,322.40㎡) 규모의 생활숙박시설 신축 허가 추진 현장 역시 문제투성이다. 고도제한 20m 지역으로 지상 8층 건물이 들어설 수 없음에도 8층 건물 허가를 추진하고 있는 것부터 수상하다. 650실이면 주차 공간 확보가 필수적인데 그 대책은 미미해 보인다. 바로 곁에 위치한 천제연폭포 주차장이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허가권자인 서귀포시는 7월 29일까지 주민공람 후 5일간 주민 의견 수렴기간을 두었다. 하지만 지난 22일부터 들어간 주민공람 사실을 아는 지역 주민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22일에야 건축허가 사전예고제 시행 알림 공문이 서귀포시에서 중문동주민자치센터로 하달되고 주민자치센터 내부결재는 25일 이뤄져 중문동 각 통 체송함을 통해 송달됐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정작 그 체송함은 열어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믿기 힘든 말도 들린다. 비밀작전 하듯 건축허가 일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쯤이면 건축사업자를 위한 허가일정 진행이라 할 수밖에 없다. 소위 '짜고 치는 고스톱', '멋대로 허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중환 시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소통과 민원 중시' 원칙을 밝힌다. 하지만 행정은 시장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무어라 말하든 "우리는 우리 식으로 한다"는 것인가. 서귀포시 일부 공직자들이 이와 같은 도둑심보이고 비리, 부정부패 행위에 연루되었다면 시장의 다짐은 한갓 더 '숭악한(흉악한) 일, 더 웃지는(웃기는) 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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