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다시피 풋귤 유통은 제주도가 1거 3득의 효과를 노린 정책으로 출발했다. 정책 시행 초입에 제주도는 "농가의 소득향상을 위해 그동안 판매가 제한됐던 풋귤을 시장에 출하키로 했다"고 전했다. 시장유통 자체가 금기시되던 설익은 감귤 풋귤을 활용해 기능성 식품으로 산업화한다는 복안이었다. 새로운 먹거리로서의 성장 가능성이다. 풋귤을 새로운 농가소득원으로 활용함은 물론 감귤청 수요 확대와 풋귤 따기로 인한 생산량 조절의 효과 등의 노림수였다. 그래서 지난 7월 '제주도감귤생산및유통조례'를 개정해 본격 실시에 돌입했던 것이라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풋귤 수매 결과가 허망하다. 감귤생산 농가에서는 이런 게 도정이 내세운 정책의 실체인가, 자조섞인 한숨을 내쉰다. 조례 개정을 통해 개시한 풋귤 유통 정책에 대해 심지어 '허맹이' 조례, 정책이라고 비아냥대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나마나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예견된 결과라면, 제주도는 왜 풋귤 유통 정책을 밀어 붙였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사와 농축산식품국장, 감귤진흥과장, 농감협 관계자 모두 감귤산업 현장에 대한 이해부족과 무지의 소치가 드러난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이 이는 까닭이다.

풋귤 수매에 앞서 진행된 수차례 설명회와 세미나, 토론장에서 톤을 높였던 생산 농가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임에 틀림없다. 목표량 1만t 중에 1% 달성도 이루지 못한 풋귤 유통 정책을 내건 제주도는 조롱받아 마땅하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풋귤 정책을 여하히 다시 수정해 새로 내느냐 하는 문제 역시 도정의 몫이다. 하지만 왜 감귤 생산 농가들이 외면했는가, 하는 문제의 해결책 제시는 시급한 일이다.

가공용 처리 계획량은 물론 직거래 역시 별무 소득이었던 점을 살펴보면 농가의 도정에 대한, 특히 농정에 대한 불신임을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풋귤 유통 기한 설정 오류를 비롯해 수매 규격과 가격 등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진작 있어왔다. 수매용 풋귤 규격을 지름 49㎜ 이상으로 정함으로써 수매 기간인 8월의 열매 크기가 애초에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매가격 또한 ㎏당 320원이라는 점 역시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운 금액이라는 면에서 기대 가격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그 누가 애써 수고로운 작업을 하겠는가라는 물음이다. 같은 기간 인터넷 직거래가가 2000, 3000원을 홋가했다는 점도 비교 대상이다.

연구 자료에 의하면 풋귤의 효능과 그로 인한 상품화의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기능성 물질을 함유한 바이오 자원임이 입증되는 추세이다. 이를 활용한 기능성 식품을 비롯해 한의약, 화장품 등 가공 산업 분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공산업 인프라와 연계하는 풋귤 유통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재배와 생산의 측면에서 면밀한 현장 조사과정을 바탕으로 한 유통 목표치 설정에 따른 계약 생산농가 공모, 선정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풋귤 계획재배·계획생산의 시스템화이다.

향후 풋귤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 예상해 볼 수 있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 요인이다. 풋귤 생산으로 인한 감귤생산량 조절 역시 제주 감귤산업에 또 다른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 서귀포시는 지난 7월, 정부가 추진하는 2017년 향토산업 육성사업에 서귀포시의 '제주 풋귤 히든 밸류(HIDDEN VALUE) 6차 산업화 사업'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풋귤의 즙이나 껍질 등을 이용해 음료와 식품, 화장품 등으로 가공하는 사업에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30억 원의 예산을 투입, 제품 개발과 풋귤 가공공장 설립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풋귤 가공 원료는 감귤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향후 그 결과가 어떻게 산출될지 아직 미지수이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여겨진다. 이와 같은 사업은 산(産)·학(學·)연(硏)·관(官) 거버넌스 사업으로서 적극 확대 추진할만 하다는 여론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 성공 가능성 역시 어떻게 풋귤 유통 정책을 잘 세우고 시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생산과 유통의 과정에서 감귤 생산 농가들의 목소리에 진정성 있게 귀를 기울이는 소통을 우선시 해야함은 당연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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