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국관광공사(KTO)의 ICC제주에 대한 앵커호텔 공사 지연에 따른 94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식이 중국인 관광객에 의한 여성에 대한 칼부림 사망 사건과 오버랩 된다. 제주관광, 마이스산업 활성화를 꿈꾸면서 적자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ICC제주의 노력을 짓밟아버리는 행태가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더군다나 KTO는 ICC제주의 2대 주주이다. 주인된 도리로서도 차마 취하지 못할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근원을 따져 올라가면, KTO가 앵커호텔 건립과 관련해 '챙길 것은 이미 다 챙긴' 상황이 아닌가. 앵커호텔 부지는 무상이나 헐값으로 제공한 것이 아니었다. 현물출자하면서 이에 상응한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주식 310만5,202주를 인수해 지분을 이미 확보했던 것이다. 주주로서 지위만 가졌어야 옳은 태도 아닌가. 하지만 '임원 중 1인과 비상임 이사 1인, 팀장 1인을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자를 선임하여야 하고, 지하상가 100평을 조성한 후 20년간 무상임대 한다'는 내용의 협약서와 합의서를 양자간에 체결했었다니, 이 자체가 불공정계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앵커호텔 시행사와 시공사 등의 내부문제로 야기된 호텔 준공 지연을 이유로 94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히 KTO의 갑질 아닌가. 이러한 와중에 (주)부영은 연결통로 지하상가 20년 무상임대 후 소유권은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한다니 주객전도도 유만부득이다. 어지러운 틈을 타서 이(利)를 취하려는 모리배들의 작태이다.

앵커호텔 준공 지연으로 인해 KTO가 손해를 본 게 무엇인지 그 근거를 대어야 옳은 일이다. 합의서에도 쌍방이 서로 인정하는 불가피한 경우에는 상호 협의키로 한다고 되어 있다. 준공 지연에 대해 ICC제주에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게 아니다. 양자간에 손해배상책임 유무에 대해 가려 따지고 합의한 이후 결정해도 늦지 않은 일이다. ICC제주의 입장은 명백하다. 앵커호텔 준공 지연이 합의서상의 불가피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100% 면책이라는 것이다. 소송에 앞선 두 차례의 조정 이전에 손해배상 청구액의 97%(약 91.54억원) 감액을 제안했었다는 KTO가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조정이 '불성립'되어 소송으로 이행된 저간의 사유도 반드시 밝혀야 할 일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이와 같은 갑질은 지난해 전임사장들이 이루지 못한 '무차입 경영'을 성취하면서 적자폭을 줄여나가려 힘쓰는 ICC제주의 '착한 경영', '적극 경영'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TO는 제주관광산업, 특히 마이스산업 발전과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재인식하는 한편 한국관광산업을 이끄는 중추 기관으로서 체신머리와 위상을 바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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