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한정희가 만난 문화예술인] "현무암 돌담길 사이에 핀 붉은색의 야생화, 그것은 제주의 자연과 사람에 대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아라리오뮤지엄 류정화 부관장

△ 뮤지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시나요.
아라리오뮤지엄의 부관장으로 서울과 제주의 아라리오뮤지엄 전시를 기획하고, 아라리오 컬렉션 연구와 관리업무는 물론 전시와 연계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합니다. 주로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전시팀을 총괄하고 있어요. 뮤지엄 내의 유관 부서와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 제주에서 아라리오뮤지엄이 추구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뮤지엄의 기반이 된 아라리오 컬렉션은 설립자 김창일 회장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뮤지엄 건립을 목표로 모아온 것이고요. 이런 굳건한 철학과 한 개인의 꿈이라 할 수 있는 신념과 강한 목표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제주에서 아라리오뮤지엄을 설립할 수 있었다고 봐요.
김창일 회장의 뮤지엄 철학을 표현한 것에는 뮤지엄 브랜드는 물론 아이덴티티 컬러도 포함되는데요. 아라리오뮤지엄을 표방하는 두 가지 색 중에 제주는 빨강색입니다. 제주를 상징하는 색상이 대부분 하늘, 바다 등 푸른색인 반면, 뮤지엄은 오히려 현무암 돌담길 사이에 핀 야생화의 붉은 색, 야생의 생명력에 기준을 둔 것입니다.
제주의 야생화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에는 제주의 자연에 대한 경외도 있지만, 제주 사람들에 대한 존중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라리오뮤지엄을 향유하는 분들께 다양한 제주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반영해 잘 변화하는 것 역시 하나의 목표라 할 수 있어요.

부지현. 균형과 불균형, 2016
이다슬. 호.오.이 Digital Pigment Print 130x162.5cm 2016

△ 제주정글, 타이틀이 던져주는 이미지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참여 작가 네 분 모두 제주 출신이라 흥미로운데, 기획 의도를 듣고 싶습니다.
아라리오뮤지엄만이 보여줄 수 있는 보편성에 더 주목했습니다. 제주의 자연은 매력적인 요소이나, 실제로 비바람, 뜨거운 자연, 섬 안의 한정된 자원만으로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겐 보편적인 정글과 같은 삶이 있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죠. 생태계를 이루는 요소 안에서 분투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 각자 삶의 영역에서 동시 발생적으로 벌어지는 사건들, 정글의 생태계에 가담하는 관계들을 작가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했습니다. 제주를 이야기하는 젊은 작가 위주로 찾았는데요. 공교롭게도 선정된 부지현, 이다슬, 이소정, 좌혜선 모두 제주 출신이었어요. 제주 정글에서 느낄 수 있는 의미, 장소, 공간, 풍경, 이미지 등을 30여 점의 회화, 사진, 설치 작품들을 통해 많은 분들과 공감하고 싶습니다.

이소정. 통역가와 함께 춤을 Dancing with the interpreter 12…n paper, 2011

△ 기획에 대한 가치와 철학이 있다면?
기획은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들에 얼개를 잡고, 논리를 세워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 기획을 하는 사람들에게 관람객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한 전시에 있어 양질이란 무엇이다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미술관은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새로운 비전을 찾기 위해, 또, 미래의 미술관은 어떤 형태일 것인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모델을 제시하며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 고민들 안에는 지역 사회와의 공생도 있고요. 통신의 발달로 어디와도 통하지만, 어디와도 통하지 않을 수 있는, 이제까지는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교감이 가능해졌죠. 이런 국제적인 흐름에 동참하고 부응하면서도 최대한 관람객들과 이해의 폭을 넓히고 공감을 확대해 나가고자 합니다.

좌혜선, 정글

△ 앞으로 어떤 전시기획을 기대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내년 상반기엔 독일 사진 미술 작가인 토마스 루푸(Thomas Ruff)의 전시를 계획 중입니다. 첸 위판(Chen Wufan)의 페인팅, 네온, 설치, 조각들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중국 작가의 전시도 계획 중이고요. 동시에 이동욱, 구본주 작가의 전시 기획도 구상하고 있어요.

△ 혹시 산남, 서귀포 문화예술에 대한 배려는?

객원기자 한정희

아라리오뮤지엄이 제주시 원도심에 미술관을 오픈한지 2년이 지났습니다. 부단히 공부하며 노력해왔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제가 지역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성급한 것 같습니다. 문화예술계에 몸담으며 콘텐츠를 만들어도 이를 즐길 사람이 없다는 말도 종종 듣는데, 어디서나 존재하는 문제이므로 시간을 두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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