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일호광장 구시외버스터미널(현 공영주차장) 안에 있는 ‘들깨이야기’ 칼국수.

이곳은 많지 않은 가짓수지만, 몇 가지의 음식만으로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곳이다.

옹심이가 들어간 들깨옹심이칼국수, 계절메뉴인 콩국수는 이곳만의 특별 인기 메뉴이다.

감자전분과 찹쌀가루, 밀가루의 배합으로 쫄깃함이 일품인 옹심이와 거북스럽지 않은 들깨의 은근한 구수함이 가득한 뜨끈한 국물. 찰진 칼국수면까지. 이들의 조합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맛이다.

이곳 주인장은 서귀포 남원 출생으로 서울에서 들깨칼국수, 옹심이를 주메뉴로 식당을 운영했었다. 오랜 시간 서울 근교에서 옹심이로 유명한 가게, 들깨칼국수로 유명한 곳을 찾아 다니며, 그곳의 음식을 연구하고 연구해 현재 주인장만의 레시피를 탄생시켰다.

옹심이 음식이 없는 제주에서 그 맛을 알리고자 고향인 제주로 내려온 지 2년여.

서울에서 비록 작은 크기의 가게였지만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유명했던 그의 가게는 제주로 내려와 처음 생각지 못한 난항을 겪었다고.

그의 레시피만으로 무엇보다 맛으로는 자신이 있었던 주인장은 그의 기대와 달리 낯선 음식인 옹심이를 제주 주민들에게 알리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맛있는 음식은 역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알지기 마련. 비록 한 명의 손님이라도 이곳 음식을 먹고서 “정말 맛있다” 한 마디면 다시 힘을 내곤 했다는 주인장. 그는 지난해 아랑조을거리에서 열렸던 상인들 음식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재료와 양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들깨는 끓이는 방법과 순서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물 한 숟갈에도 맛의 차이가 커지기에 조리 과정을 유난히 중시할수 밖에 없다.

이곳의 유명한 계절메뉴인 콩국수 또한 콩물 뿐 아니라 국수도 주인장이 직접 재료를 배합해 면을 뽑는다. 얇은 소면과 굵은 칼국수 면의 중간 굵기의 면발로 식감을 더한다.

또, 하나 인기 있는 메뉴는 감자만두. 만두소 재료야 별반 차이 없지만 그 양념에 비법이 있는 듯하다. 그리고 만두피. 이 또한 옹심이처럼 쫀득한 맛의 만두피로 밀가루 만두피와는 다른 맛을 더해준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재료이지만 칼국수의 옹심이, 감자만두의 만두피, 들깨칼국수의 면, 콩국수의 면. 이 모두 조금씩 다르게 재료를 배합해 만든다 그래서, 몇 가지 되지않는 메뉴이지만 주인장의 부지런한 손길이 새삼 존경스럽다.

식전에 나오는 장을 얹은 보리비비밥 한 그릇. 소박하지만 맛깔나다. 식전으로 나오는 비빔밥의 장이지만 여기에도 주인장만의 레시피로 정성이 가득하다. 기본찬은 열무김치와 배추김치뿐이지만, 이곳의 열무김치는 인기가 많아 김치만 별도로 판매할 정도이다.

주인장의 음식은 꾸미지 않는다. 과하지 않다. 넘치기 보다, 그 음식에 맞는 적절한 양념으로 각 재료의 맛을 잘 살려 음식을 맛깔나게 낸다. 모든 음식이 깔끔하다.

40대 이상 연령대, 특히 여성들이 유난히 좋아한다는 들깨칼국수. 6인 이상 모임 예약 손님에게는 감자만두를 서비스로 제공한다.

처음 가게를 시작하던 시기의 고된 시간을 버티고 이제는 순항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주인장만의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주차장 등 손님의 편의를 위한 고민을 해야겠다고 말하는 주인장.

그저 동네 길목을 지나치다 보게 되는 수많은 가게 중 하나이지만, 역시나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 한 번 맛보면 그 쫄깃함과 은근한 구수함의 깔끔한 맛에 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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