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택 / 제주대 철학과 교수

요즘 대한민국은 주말만 되면 '이게 나라냐'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함성이 하늘을 울리고, 수백만 촛불이 바다를 이루고 있다. 도도한 역사의 물결을 바라보며 가슴아픈 우리 현대사를 떠올려 본다.

8.15해방으로 자주독립국이 되어야 할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나뉘었고, 제주4.3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분단은 더욱 고착화되었다. 부패한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린 4.19학생의거, 그것을 짓밟은 박정희 5.16쿠데타와 18년 독재, 유신독재가 무너진 1980년 서울의 봄, 그것을 군화발로 짓밟은 전두환의 5.18광주학살과 서슬퍼런 8년 독재, 최루탄 속의 눈물로 이룬 1987년 6월 민주항쟁, 두 김씨 분열로 광주학살 주역 노태우에게 정권을 내주고 그들과 손잡고 이룬 김영삼 정부, 신자유주의 수용한 김대중-노무현 정부, 자본독재를 다진 이명박-박근혜 정부…. 우리의 현대사는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수많은 학생과 민주인사의 희생과 피로 민주화를 이뤘고, 노동자와 농민의 땀과 눈물로 산업화를 이뤘다. 덕분에 경제규모나 국민수준으로 볼 때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빈익빈부익부가 심화되고, 지난 10여년간 양극화는 더욱 심해져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말이 국어사전에 오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세계 최저수준이고, 청년은 꿈마저 사라져 헬조선이라 개탄하며, 젊은이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어르신은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고 있다. 서민경제는 파탄났고 민중의 삶의 질은 바닥을 치고 있다.

국민의 피눈물을 닦아주는 게 정치이고, 정치의 핵심은 소통과 공감이다. 그런 점에서 어린 시절부터 18년 동안 청와대에서 자랐고, 18년 동안 은둔생활을 한 박근혜씨는 정치를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저 부친의 후광으로 18년 동안 정치계에 몸담아온 그는 국회의원 시절 대표 발의한 법안이 총 15건으로 국회의원 평균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최근 최순실게이트를 통해 지도자의 최대덕목인 결정능력이 부재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는 직책으로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음으로써 국헌문란을 했다. 무지(無知), 무능(無能), 불통(不通), 불감(不感), 후안무치한 그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대한민국의 국격은 땅에 떨어졌고,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우리 국민들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5퍼센트 지지율은 세계 역사에 유례없다. 하여 어린애에서 어르신까지, 초등학생에서 대학교수까지 온 국민이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데도 그는 꿈쩍도 안 하고 있다. 그가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퇴진해 국정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이제 야당은 하나 되어 촛불의 바다에서 외치는 이 땅의 민중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수백만의 촛불은 단순히 '박근혜 퇴진'만을 위해 밝히는 게 아니다. 그들은 어린이와 부모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학생이 등록금 걱정 없이 맘껏 공부할 수 있는, 청년이 즐겁게 일하고 어르신이 먹거리와 병원비 걱정 없는, 남녀가 평등하고 약자의 인권도 존중되는, 남북갈등을 종식하고 화해와 협력으로 경제가 살아나는, 그래서 온 국민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어달라고 외치고 있다. 오랫동안 쌓인 폐단을 청산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운융성의 기회가 왔다. 뜨거운 함성을 받들어 넘실대는 저 촛불의 바다에 배를 띄워 노를 저을 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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