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한정희가 만난 문화예술인]‘아이좋아라’ 작은도서관 배순옥 대표

"믿는 만큼, 믿음으로 돌아온다."는 경험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온평리 ‘아이좋아라’ 작은도서관 배순옥 대표의  삶과 그 열정을 만났다.

아이좋아라’ 작은도서관 배순옥 대표

△ 지역을 위해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고 계신데요.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제가 38살에 남편이 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서 전신마비로 누워 살게 되면서 정말 힘들게 살았어요. 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신문을 돌리면서 용돈을 벌었고요. 우리는 철저하게 자신의 생활비를 각자 해결했어요. 아버지가 일찍 다쳐서 일을 못하게 되니까  각자 알아서 했으니까요. 어쩌다가 아들이 늦잠을 자서 신문을 돌리기 힘들 것 같으면 식구가 다 나서서 함께 돌리기도 했죠. 구역을 정하고 아파트 별로 다 돌려줬어요. 공부를 계속한 딸은 고등학교는 전액장학금으로, 대학 때도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녔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사니까 편하기도 한 것 같고요. (웃음)

'아이 좋아라' 작은도서관

가다가 누가 넘어져 있으면, 일으켜 주고 가는 것이 편한 거 아니에요? 내 할 일을 끝내고 와서 일으켜 주면 그게 더 힘들고 불편하지 않나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못 하는 것은 못한다고 거절하게 되죠. 다 할 수는 없잖아요. 도시에서는 내 것만 생각하게 되고, 남을 생각하면서까지 살지 않거든요. 그리고 '내가 잘 되면 나중에 봉사해야지' 말하는데 잘 되고 나서 봉사하는 사람은 잘 보지 못했어요. '내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하자' 늘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난 계획을 세우지 못한답니다. 그리고 아예 마음을 비우고 살아요. 욕심을 갖지 않고… 내가 지금 사는 게 은혜로 사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니까 부족한 것이 없더라고요. 믿어준 만큼 믿음으로 돌아오거든요.

△ '아이좋아라' 작은도서관의 설립과 운영을 직접 하셨다는데......
이제는 남편 건강도 거의 회복되었고, 자녀들도 결혼을 하고 나니 제가 할 일을 찾고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습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어떡해서든지 끝을 보고서야 잠이 들었었거든요. 그때는 호롱불을 켜던 시절이라서 일찍 자야 했어요. 그래도 몰래 동화책을 읽었지요. 그런데 할머니는 제게 “공부 좀 그만해라” 하시며 제가 공부한다고 좋아하셨죠. (웃음)

'아이 좋아라' 작은도서관 1층

엄마 몰래 부엌에 가서도 끝까지 책을 읽고서야 잠을 잤거든요. 그래서 사재를 털어서 문화센터 메카의 역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2007년도에 도서관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게 됐죠. 후원자 20명도 도움을 주셨고요. 그때는 '아이좋아라' 문고로 시작했는데, 주로 회원들 회비, 기부금, 제가 모은 돈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돈이 모아지는 대로 운영을 하고 있어서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이 있지만 즐겁게 일하고 있답니다.


△ 지역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나요?​
도서관으로서 도서 열람과 대출하는 기본적인 업무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도서관 입구에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넣어둔 작은 책집도 마련했는데 마을에 몇 개를 더 설치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은 책집은 남편이 만들어 주고 있고요. 2007년부터 공부방, 독서캠프, 악기교실, 외국인 근로자 한국어 가르치기, 독거노인에게 반찬 나누기 등을 했고, 2015년도에 2,000여권 이상의 책이 마련되어 작은도서관으로 등록 변경했어요.

'아이 좋아라' 작은 도서관 2층

올해부터는 10년간 해온 지역의 독거노인에게 반찬 나누기는 물론 학생밴드교실, 북 콘서트, 찾아가는 독서교실, 작가와 함께하는 올레길 걷기 등 독서보급 운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요. 신산리에 위치하고 있는 도서관 주변은 대부분 농수산업 종사자로 외국인 근로자를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제가 오래전 2급 교사자격증을 취득해 두었기 때문에 이제 그분들께 한국어 교육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예전에 10개의 자격증을 따 놓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 어린 자녀를 둔 이주 정착 주민의  증가로 육아품앗이 인큐베이터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책과 함께하는 음식 만들기, 제주 역사탐방, 만들기 수업 등 부모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가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런 노력 끝에 12월 8일 공동 육아교실인 수눌음 육아나눔터 개소식을 진행하고 북 콘서트는 올 해로 2회째를 맞이하게 됐답니다.

 

한글교육

△ ‘삶, 문학 그리고 나…’ 주제의 제2회 북 콘서트는 잘 진행됐나요?  ​
지난 3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표선 해비치호텔 크리스탈 홀에서 행사를 진행했어요. 올해는  서귀포시와 제주문인협회에서 후원을 해주셔서 더욱 풍성해졌는데요. 제주와 서울의 삶을 자유롭게 살고 있는 허수경 방송인이 진행을 맡아 주셨고, 1부 '삶, 문학 그리고 나'에서는 고훈식 시인, 정길현 소설가, 장한라 시인을 초청작가로 모시고 풍성한 토크마당이 됐어요.

학생밴드 교실

특별공연으로 노형꿈틀 작은도서관 울랄라 통기타팀, 온평리 해녀춤, 타모라소울 앙상블, 알뜨리 학생밴드, 아이좋아라 어린이 합창단이 연주에 나서면서 즐겁고 풍성한 무대로 꾸며졌답니다. 2부에서는 '왜 독서를? 그 비밀의 문을 연다' 주제로 임동준 칼럼니스트, 김대헌 책 안익(安益)는 디자인칼럼니스트의 패널 토론도 진행돼요.

△ ‘아이좋아라’ 작은도서관의 최종 목표가 궁금해지는데.....​
책을 통해서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이 공간이 마을과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어 '책 읽는 마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고요. 쉼과 치유가 있는 집이 되어서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요. 그래서 이 공간을 자신의 것처럼 아끼고 나눌 줄 아는 마음으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태도만 있으면 된답니다.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같이 모여서 얘길 나누면 “아휴, 그래도 내가 좀 낫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좀 더 좋지 않겠어요? 이렇게 사람들이 서

객원기자 한정희(큐레이터)

로 모여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있는 것을 나눌 수 있다고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죠. 많은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믿음으로 오늘을 살고 있어요. 모두가 함께하는 마음이면 참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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