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막내팀의 맏형, 제주제일중 축구부 주장 김민규 선수

제주제일중 축구부 주장 김민규 선수.

종이 한 장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게 축구다. 어떤 경우는 경기 내내 일방적으로 공격을 펼치고도 사소한 수비 실책 한 번으로 경기를 내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 승패가 가져오는 결과는 냉혹하다. 승리한 쪽은 환희와 칭송을 독점하고, 패배한 팀은 좌절과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마치 나무가 겨울과 여름을 반복하면서 기둥에 나이테를 세기 듯, 선수들은 환희와 좌절 속에서 스스로를 채워간다.

17일 오후 4시, 공천포전지훈련장 B구장에서 제주제일중과 아현중 저학년부 경기가 벌어지고 있다. 직전에 치러진 고학년부 경기에선 제주제일중과 아현중이 1:1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고학년부 경기가 무승부로 끝난 게 아쉬운지, 저학년부 경기를 지휘하는 부재현 감독의 목소리가 크게 상기되어 있다. 경기장 한 모퉁이에는 조금 전 경기를 끝낸 3학년 선수들이 모여 몸을 풀면서 동생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이들의 표정에도 아쉬움이 짙게 남아있다.

제주제일중 축구부는 지난 2001년에 창단된 팀으로, 제주도내에서는 막내 팀에 속한다. 하지만 작년 제주도민체전과 백호기 대회에서 각각 중등부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전력에 대해 묻자 최승민 코치는 “작년에 주전으로 뛰던 선수들 중 9명이 그대로 3학년에 올라왔습니다. 올해는 도내 우승을 기대해볼만 합니다”라고 답했다. 이번 동계훈련리그에서는 17일 현재까지 4승2무1패를 기록.

후배들이 저학년부 경기를 하는 동안 몸을 풀고 있는 3학년 선수들.

제주제일중 축구부 주장을 맡고 있는 김민규 선수를 만났다. 제주도 중학교 축구부 가운데 막내 팀의 맏형을 맡고 있는 선수다. 주장이라서 그런지, 무거운 책임감이 읽히는 얼굴이다.

민규는 한라초에서 자율축구로 운동을 시작했다. 5학년 말에 클럽축구단에 가입해서 운동을 시작하다가, 제주제일중에 진학하게 되었다. 2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었다.

축구하면서 가장 기뻤던 적이 있었는지 묻자, “며칠 전 서귀중과의 경기에서 한 골을 넣었어요. 뒤지고 있던 경기에서 그게 동점골이었고, 결국 비겼어요”라고 답했다. 주장이 한 골밖에 못 넣었냐고 묻자 중앙수비수라서 골 넣을 기회가 많지 않다고 답했다.

헤딩은 남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 키 185센티미터 장신에 체중 62킬로그램이라는데, 날렵한 몸으로 튀어 오르면 웬만한 선수들은 경합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선수라면 그라운드에서 한 해에도 몇 차례 지옥과 천당을 오간다. 민규에게도 기쁜 기억과 더불어 가슴 아픈 경험도 있다. 작년 전국대회에서 동대부중과 겨루는데, 수비수로서는 가장 뼈아픈 실수를 저지른 것.

“제가 우리 편 골키퍼에게 패스를 줬는데 상대방 공격수가 그 공을 가로채서 골을 넣었어요. 그 경기에서 우리 팀이 크게 패하고 예선에서 탈락했습니다. 그 책임 때문에 며칠 잠을 못 잤는데, 그래도 팀 형들이 실수할 수도 있는 거라며 위로해줬어요”

이번 대회에 대한 느낌을 묻자, “전국 여러 학교들과 경기 치를 기회가 생겼고, 실전을 치르며 팀 조직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좋다”고 했다.

모든 친구와 두루 친한데, 그래도 운동을 같이 하고 수비도 같이 맡는 박태양과 가장 친하다.

축구선수로는 전북현대의 김신욱 선수를 가장 좋아하고, 고등학교도 축구 명문고로 진학하고 싶어 한다. 김신욱 선수의 키가 197센티미터라는데, 장신인 민규 선수가 김신욱처럼 성장하면 좋겠다.

학교에서는 반 친구나 축구부 누구와도 친하게 지낸다. 그래도 가장 친한 친구는 역시 같이 축구하고, 같이 수비수를 맡고 있는 박태양이다. 민규와 인터뷰가 끝날 무렵 태양이가 “기자님, 다음엔 저를 신문에 내 주세요”라고 말했다. 이 청소년들이 오래도록 운동하고, 자주 만날 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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