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516로(도로) 명칭 개정을 위한 서명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그룹

"이번 사태로 과거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위의 말은 원희룡 도지사가 탄핵 정국에 대해 서귀포신문 설 특집 대담에 나와 던진 말이다. 원 지사의 말대로 그런 기회가 왔다면 제주도는 이 기회를 어떻게 살려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과거 독재 시대의 유산을 청산하기 위한 행동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현재 그와 같은 바람을 담은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516로(도로)명 변경을 위한 서명운동이 그것이다. 

과거 독재 정권이 5.16군사정변을 기리기 위해 이름붙인 516도로. 행정 당국은 도로에 새로 이름을 부여한 도로명주소법을 시행할 당시 공론화를 통해 박정희 독재 잔재를 청산할 수 있었다. 행정당국은 516로라는 명칭을 붙이며 평화의 섬 제주에 군사정변을 기리는 유신 잔재를 남겨뒀다. 

도로명주소법이 시행되면서 ‘516도로’라는 명칭은 법적 근거를 잃었다. 도로명주소법은 도로의 폭에 따라 대로·로·길로 분류해 사용하고 있다. 현행법에 알맞지 않은 명칭(516도로)을 표지석, 표지, 관광안내자료 등에 사용하는 것은 혼란을 방조하는 격이다. 즉 516도로 비석을 그 자리에 둘 이유가 없다. 기존 비석은 그 가치를 평가한 뒤 폐기하거나 박물관으로 보내 보관하고 ‘516로’라고 새긴 비석을 새로 건립해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박정희 폐단 청산 및 516로(도로)명 변경을 위한 국민행동’은 516로 명칭 개정을 위해 행정 당국이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와 함께 행정 당국에 명예도로 제도를 이용하는 방법을 요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절차상 516로를 주소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동의가 필요한 516로 명칭 개정에 어려움이 따른다면 행정 당국이 명예도로 제도를 이용해 제주도민과 한라산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이미 바오젠거리, 고상돈로, 해녀항쟁로, 31만세로, 맥그린치로, 정석항공로 등을 명예도로로 지정해 유지하고 있다. 2016년 6월 3일 제주도 도로명주소위원회는 2019년 7월 4일까지 바오젠거리 명칭을 연장하기로 한 바 있다.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 한계 극복을 말한 원 지사가 말을 행동으로 옮기며 말뿐인 도지사라는 비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516로(도로)명 변경을 위한 국민행동 측은 2월 말까지 서명을 받고 도와 의회에 청원한다는 계획이다. 독재·권위주의를 극복하고 평화의 섬 제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원희룡 도정이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