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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랭이 돌리고 집줄 깔고, 떠오르는 추억제주민속촌, 봄맞이 초가지붕잇기 현장
장태욱 객원기자 | 승인 2017.03.07 11:21

제주의 초가(草家)는 섬의 독특한 인문 환경과 자연환경의 영향을 반영한다. 한반도의 초가는 농업 활동의 부산물로 얻어진 볏짚 등을 재료로 지붕을 만든 반면, 벼농사가 드물었던 제주도의 초가는 목장이나 오름에서 생산되는 자연적 초재(草材)인 새(모: 茅)를 재료로 사용했다.

자연 초재이기 때문에 2년마다 한번 씩 지붕을 새롭게 이어야 한다. 지붕을 일 때는 새를 펴고 그 위를 집줄을 그물처럼 얽어맨다. 제주초가의 지붕은 자연 속에서 지혜를 찾고 자연을 극복하며 살아온 민초들의 역사와 인내심을 표현하는 상징물이다.

새봄을 맞아 제주민속촌에서 초가지붕잇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어릴 적 기억으로는 지붕잇기는 동네일이었다. 한 사람이 앉아서 두 손으로 새를 모아주면 반대편에서 호랭이를 돌리며 새를 꼬아준다. 그리고 동네사람 여럿이 지붕에 올라 낡은 새(기신새)를 덜어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새를 가지런히 깔아준다. 그리고 집줄을 이용해 지붕을 단단히 고정시켜준다.

이러한 일들은 사라져가는 풍경이 됐다. 그 사라져가는 풍경을 기억하기 위해 제주민속촌으로 갔다. 마침 날씨는 화창했고, 아저씨 여럿이 지붕을 잇고 있다. 일하는 솜씨를 보니 해마다 일을 해온 베테랑들이다.

이미 집줄을 매다는 거왕대는 낡아서 전부 새것으로 교체됐다. 기신새를 교체한 자리에 가끔 굼벵이가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는 나오지 않았다. 사다리를 타고 지붕위로 올라가보려 했는데, 일꾼들이 말리는 바람에 처마까지만 올라가 볼 수 있었다.

주붕 위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이 집줄을 가로세로로 펴주면, 지붕 아래서는 집줄의 끝단을 거왕대에 묶어 단단히 고정해주었다. 이렇게 지붕교체가 끝나면 가위를 이용해 처마 끝을 가지런하게 잘라준다. 일이 마무리되면 청소하는 일만 남는다.

지붕 하나가 마무리되면 잠시 쉬었다 다른 지붕을 잇는다. 어릴 적 우리동네 어른들이 그랬던 것처럼.

 

장태욱 객원기자  taeuk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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