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앞다퉈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서귀포 거리거리를 화사하게 물들이고 있다. 한반도에서 가정 먼저 봄이 찾아오는 서귀포시의 기후적 특성을 살린 행사들이 이어져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기도 한다.

표선면 가시리에서는 ‘봄을 잇는 마을 가시리’ 타이틀로 제35회 제주유채꽃축제가 4월 1일 개막해 9일까지 유채꽃 광장 일대를 중심으로 계속된다. 올해는 10만명 가량의 상춘객이 찾아들 것으로 예상한 마을 주민들은 너나없이 모다들엉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역화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이 축제를 통해 드러나는 모습이 무척 반갑다.

<서귀포신문>은 이번 호로 창간 21주년을 맞았다. <서귀포신문>은 544명의 시민 발기인이 십시일반 모은 정성으로 창간한 서귀포시 유일의 언론매체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는 만큼 늘 시민들과 함께하는 지면으로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시민들과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 대상사로 선정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그러한 까닭에 임직원들은 좀더 시민사회로 다가가는 지면,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지면으로 변화하고 거듭나기 위해 가일층 노력을 아끼지 않기로 다짐하고 있다.

지역의 문제를 듣기 위해 나선 길에 처음 마주친 문제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에 따른 주민들의 우려였다.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준공사업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유입 인구 및 관광객으로 인한 서귀포시 원도심의 극심한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총 예산 837억원의 규모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삼성여고 입구로부터 동홍초교, 서귀포학생문화원, 용당삼거리를 잇는 4.2km 구간을 너비 35m 도로를 뚫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학생문화원 주변의 상징성이다.

이곳에는 학생문화원뿐만 아니라 서귀포학생문화원도서관, 제주유아교육진흥원, 서귀포시외국문화학습관 등이 위치해 있어 바로 그 앞을 관통하는 6차선 도로가 개설되는 셈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서귀북초, 동홍초, 서귀포중앙여중, 서귀포여중, 서귀고, 삼성여고 등 학교 밀집지역이기도 해서 일찍부터 교육벨트, 문화벨트로서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다.

35m 6차선 도로 개설을 걱정하는 시민들은 오랜 세월 문화벨트 구실을 해온 산남지역 교육문화 중심지임을 강조한다. 현재 제주도 추진 계획대로 도로가 뚫려서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의 놀이공간과 휴식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잔디어린이공원, 소나무숲 등 녹지공간이 양분된다면 교육활동과 휴식공간이 소멸·축소되어 교육환경이 황폐화되고 말 것임이 자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한 우회도로 개설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이 일대를 이용하는 어린이, 청소년들, 일반 시민들에게 더욱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고 교통사고 발생 등 안전위협, 소음공해 등 교육복지 가치가 훼손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호소한다. 이러한 걱정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서 서귀포학생문화원 본관과 도서관, 제주유아교육진흥원, 서귀포외국어학습관 바로 앞 해당 구간에 대한 지하차도 개설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서귀포시학원연합회서귀포지회와 서귀포시발전기금, 서귀포YWCA, 서귀포시민연대, 서귀북초등학교병설유치원 자모회, 서귀포시학생상담봉사자회, 서귀포시어린이집연합회, 서귀포시학교·유치원운영위원장협의회 등이 힘을 모아 서명 운동에 나섰다. 지역구 도의원들도 목소리를 함께 내어야 한다. 누구보다 이 지역 교육위원들이 앞장서야 할텐데 현장에서 확인한 바로는 아직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 것 같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시민들이 묻고 있다.

제주도와 서귀포시는 우회도로 개설에 따른 예산이 일정 부분 추가되는 부담이 따르더라도 시민편익과 함께 도심 녹지공간을 살리는 방향으로 지형에 맞춤한 지하차도 개설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마땅하다 할 것이다. 환경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획일적으로 선을 그어 도로를 뚫어 놓고 후회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기 때문이다.

28일, 서귀포시청 2청사에서 열린 ‘도심지 교통 및 주차환경 개선 용역’과 관련한 ‘무신호 교차로’, ‘중앙로터리’ 교통체계 개선 방안 토론에서 제기된 의견 중 도로입체화(지하차도) 계획이 이 구간에도 반드시 적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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