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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힘든 일인 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했을 것이다홍창욱의 생생농업 활력농촌-2
서귀포신문 | 승인 2017.04.13 09:25

내가 무릉외갓집을 처음 알게 된 건 2009년 12월로 제주이주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다. 제주올레로부터 ‘무릉외갓집을 소개합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게 된 것이다. 중산간 마을에서 나온 농산물을 한 달에 한번 집으로 보내준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는데 당시에도 ‘참 독특하고 재밌는 일을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번듯한 사무실에 동료들도 많지만, 2011년에는 ‘무릉외갓집’이라는 이름과 벤타코리아가 사회공헌 사업으로 만들어준 홈페이지가 전부였다. 6년이 지난 지금 ‘무릉외갓집’이라는 브랜드와 충성스런 회원, 우리를 돕는 친구들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을 처음 일을 할 때는 몰랐던 것이다.

마을 이장님과 근로계약서를 쓰고 일을 시작할 때 내 월급은 100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아주 적은 월급이었지만 딸아이를 돌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고, 일을 배운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농촌 일, 특히 공동체의 일은 금전으로 접근하면 해결방법이 없다. 일을 배운다거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여 이웃을 만든다거나 생활에 필요한 먹거리를 나누는 포괄적인 보상이 분명히 존재한다.

긍정적 성격이자 나름 시골출신인 내게도 마을일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렸다. 이사님들과의 술자리에서 제주어를 알아듣는데만 꼬박 6개월이 걸렸고 매월 배송 준비도 만만치 않았다. ‘여름에 자옥포도를 보냈는데 알알이 떨어지고, 하우스 감귤을 어렵게 구해 보냈더니 물러져서 항의를 많이 받았어’라고 이사님이 조언해주셨음에도 내가 일한 6년 동안 금기 농산물 목록은 늘어만 갔다. 물론 우리의 배송 노하우와 고객 응대 경험은 더 큰 자산이 되었지만.

지금은 어느 시기에 무슨 농산물이 나오는지 밭을 보고 농부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알게 되는데,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전년도엔 참깨를 볶아서 넣었는데 실무자도 바뀌었으니 큰 마음먹고 참기름을 짜서 보내려고 욕심을 부렸다가 망한 적이 있다. 참깨가 알이 통통하게 배어야 하는데 참깨 보는 눈이 없어서 깨 가마니를 차에 싣고 기름집으로 수십번을 날라야했다. 실력이 없다면 형수님들께 물어보고 매입을 해야 하는데 누가 내게 도움을 줄 분인지도 모르는 초짜 중에 초짜였다. 처음엔 그게 그렇게 어려웠다. 마을 사람들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일을 시작하다보니 관계가 무척이나 낯설고 조심스러웠다. 돌 지난 딸아이를 데리고 일을 시작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샀지만 아무래도 육지 사람이어서 처음부터 살갑게 대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공동 사업이라는 것이 누구 하나 나서기가 쉽지가 않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해나가야 다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데 공동체의 첫 주춧돌을 놓는 일에 누구도 쉬이 나서려 하지 않는다.

리더가 아닌 실무자로서 몇 년간 일하며 홀로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낮에는 여성농민인 형수님들과 배송작업을 하다 웃으며 힘을 냈고, 저녁에는 도시에 사는 주부회원들과 전화응대를 하며 육지와 제주, 도시와 농촌의 간극을 좁히려 애썼다. 2011년 9월 배송부터 2017년 3월 배송까지 매달 한 번도 빠짐없이 88번을 배송하며 ‘무엇을 얼마나, 어떤 방법으로 포장하여, 파손 없이 잘 보낼 수 있을까’, 그 고민만 해온 6년의 시간. 경남의 한 농산물 꾸러미 운영자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내가 이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알았으면 처음에 시작도 안했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너무 공감이 가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전국에 100개가 넘는 꾸러미 서비스 운영자들은 다들 한 마음이지 않을까. 무릉외갓집 농산물 회원제 배송 프로그램은 한 번도 똑같은 적이 없는, 어디에서도 살수 없는, 아니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서비스다. 그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이 적은 수이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이 작은 희망 하나로 우리는 농업농촌의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홍창욱/무릉외갓집 실장

서귀포신문  sgp19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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