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지난 4월 11일, 세월호 선체 인양 완료 장면을 지켜보았다. 2014년 4월16일 참사가 발생한 지 1091일 만에야 비로소 이뤄진 일이다.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가능한 장면을 왜 3년이나 끌어야 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가슴마다 또렷이 각인되어 있는 세월호 참사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이다. 유가족들, 특히 미수습자 가족들이 겪고 있을, 가슴이 타들어가는 고통과 한스러움은 필설로 이루 다 표현할 길이 없다.


“...선내 방송이 가능했다...유리창을 깨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배가 뒤집어진 뒤 수색하기도 쉬웠다...123정 대원들을 통한 퇴선 유도 조치가 가능했다...전원이 해상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유조선에 올라탈 수 있었다...선박이 구조할 수 있었다...구조할 시간도, 구조할 세력도, 부족하지 않았다.”(『세월호, 그날의 기록』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지켜보면서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절절한 안타까움, 원망 서린 기록을 다시 읽으면서 참담한 마음이 엄습한다. 수백 명의 생명이 서서히 물속으로 잠겨 들어가는 광경을 보면서도 제대로 된 구조의 손길을 펴지 못했던 그날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국민들이 묻고 또 물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한 의혹 역시 그 어느 것 하나에도 시원스런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세월호 인양은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416.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두고 전국적으로 추모기간을 지내고 있다. ‘진실과 기억, 그리고 약속’,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세월호 3주기 4월16일의 약속, 함께 여는 봄’ 등의 행사 주제가 말해주듯이 진실 규명을 위해 어깨를 결고 나가자는 의미다. 진실을 드러내고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국민적인 여망인 것이다.  


경향신문과 정세균 국회의장실 의뢰로 한국갤럽에서 조사해 지난 11일 발표한 ‘세월호에 대한 국민 의견 조사’(4월 5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011명 대상 유·무선 임의전화걸기RDD 방식,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가 무척 의미 있게 다가온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진실은 규명되지 않았고, 특검과 특별조사위원회가 필요하며, 대한민국의 안전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었다고 전한다.


진상규명이 얼마나 이뤄졌다고 보는지 물음에 대해 ‘이뤄지지 않은 편’ 34.6%,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29.8% 등 부정적 답변이 64.4%였다고 전한다. 응답자 가운데 참사의 책임자 처벌에 대해 ‘이뤄지지 않은 편’ 36.7%,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35.6% 등 부정적 답변이 72.3%이다.


그래서 세월호 특검 필요성에 대한 답변은 ‘꼭 필요하다’ 48.2%, ‘필요한 편’ 23.2% 등 필요하다는 의견이 71.4%로 나타났으며, 지난해 9월 정부에 의해 강제 해산된 1기 세월호특조위에 이어 2기 특조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은 ‘꼭 필요하다’ 46.0%, ‘필요한 편’ 24.1% 등 긍정적 답변이 70.1%로 나왔다고 한다.


한편, 세월호 참사 후 대한민국의 안전이 얼마나 개선됐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71.3%가 ‘변화 없다’고 답했다. ‘악화된 편’ 8.3%, ‘매우 악화된 편’ 6.6% 등 오히려 나빠졌다고 답변한 이도 14.9%였다니 오늘의 국가 안전의 심각성을 짐작하게 하고도 남는다. 세월호 선체 처리에 대해서는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54.8%로 과반이 넘었다. ‘보존할 필요가 없다’ 34.9%, ‘모름·무응답’은 10.3%로 나타났다.


지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이 얼마나 큰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라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관련해 무엇 하나 제대로 하려고 했던 정부가 아니었다. 은폐하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던 정부의 행태를 국민들은 낱낱이 기억한다. 그렇게 수장한 채 국민들의 기억에서 지워버리려 했던 세월호는 기어이 뭍으로 올라왔다. 미수습자 수색 작업도 이제 곧 진행된다.


세월호 인양은 잊혀지지 않는 그날의 참사는 물론 선체 인양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제기됐던 모든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과 함께 유가족에 대한 상처 치유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는 이러한 참사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국민 생명권 보호에 대한 국가 의무와 책임’을 촉구하는 국민의 바람, 그 목소리에 닿아 있다.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을 촉구한다.

'과거는 덮고 미래만을 보자'고 말할 때가 아니다. 세월호 진상 규명 뒤에 진정한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