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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들에게는 한국전쟁도 4·3의 연장"곶자왈 속 수악주둔소, 주민들 아픔을 고스란히 전한다
장태욱 | 승인 2017.04.17 08:57

수악주둔소 가는 길.

(사)한국작가회의는 민예총과 더불어 매년 4·3문학기행을 기획한다. 작가회의는 올해 기행지로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유적지를 선택했다. 회원과 시민 50여명이 15일에 상방터·신례1리성·항애골·수악주둔소·오림반 등을 답사하며 제주4·3의 비극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그 빼곡한 하루 일정 가운데 수악주둔소 답사에 동행했다.

서성로 신례천 다리 옆에 수악주둔소 진입로를 알리는 안내표지문이 설치됐다. 초행일 경우는 답사를 감가는 게 좋다. 길 안내표식이 잘 되어있지 않아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입로에서 시작된 숲속 길을 따라 2km쯤 걸으면 수악주둔소에 이르는데, 중간에 아름드리 고목을 만나기도 하고 가시덤불의 방해를 받기도 한다.

1948년에 수악주둔소를 만들 당시에 이 일대는 주민들이 소나 말을 방목하던 민둥산이었다. 당시 경찰은 주변 무장대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조망권이 좋은 곳을 주둔지로 선택했을 것. 4·3을 거치며 목축업이 초토화된 사이에 나무와 풀이 자라서 산을 덮어 숲을 이뤘다.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면서, 정부가 제주도토벌을 주동하게 됐다. 그리고 그해 11월 17일에 제주도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민간인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작전을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육지에서 응원경찰들이 제주도에 들어왔는데, 서북청년회 회원들을 경찰에 무더기로 편입시킨 경우도 있었다.

1948년 겨울을 거치면서 무장대는 거의 괴멸되었다. 군경의 진압과정에서 소개됐던 중산간 마을들도 49년 봄에 하나둘 재건되는 상황. 그런데 경찰은 49년 11월에 미처 내려오지 못한 '산사람' 200여명을 진압할 명분으로 도내 40여 곳에 주둔소를 설치했다. 당시 산사람들은 오랜 굶주림 끝에 전투력은 커녕 걸을 힘조차 없던 상태였다.

수악주둔소는 당시 설치된 주둔소 가운데 원형이 잘 보존됐다는 평을 받는다. 왼쪽이 내성이고, 오른쪽이 외성이다. 외성 내측에 회곽도를 만들어 보초대원들이 걸어다닐 수 있게 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들이 시낭송회를 열었다.

당시 신례리와 하례리 주민들을 성을 쌓는데 강제로 동원했고, 경찰10명, 민보단 20명이 조를 지어 보초를 서게 했다. 인근 주민들에게 밥을 지어오게 하고, 밥이 마음에 들지 않다며 다시 지어오게 하는 경우 등 행패를 부리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기행의 해설을 맡은 제주4·3평화재단 오승국 기념사업팀장은 “무장대가 괴멸된 상황에서 경찰이 무리하게 성을 쌓고 보초를 서는 일에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하게 된 건 4·3을 겪으면서 비대해진 경찰인력을 해소할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주둔소가 설치된 이듬해 한국전쟁이 발발했지만, 제주도는 전선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경찰의 주둔은 52년까지 계속됐다. 오 팀장은 “경찰 당국이 전쟁 기간에도 무장대를 진압할 명분으로 도민들을 강제노역에 동원했고, 예비검속으로 많은 이들을 집단학살했기 때문에 제주도민들에게는 한국전쟁도 4·3의 연장”이라고 말했다.

주둔소의 주거지였던 곳에서 외측을 바라본 모습이다.

수악주둔소라는 명칭은 물오름(수악)의 동남쪽 자락에 지었기 때문에 붙여졌다. 주둔소는 내성과 외성으로 구분해서 지었고, 외성의 높이는 약 3.5m, 내성의 높이는 약 2m정도다. 외성의 내측에는 폭 1m정도의 계단형 회곽도(성벽이나 성벽 내외에 성벽을 따라 돌 수 있게 낸 길)를 만들어 보초병들이 걸어 다닐 수 있게 했다. 주둔소의 내성 안쪽 면적은 대략 250평 정도인데, 거기에는 초가 두 채가 있어 경찰과 민보단원들이 기거했다고 한다.

수악주둔소는 당시 설치한 주둔소 가운데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것으로 평가된다. 외성의 높이와 회곽도의 구조, 내성 일부와 주거지의 아궁이 흔적 등이 지금도 남아있다. 이에 대한 문화재 지정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장태욱  taeuk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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