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결정 10년, 강정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 기자회견

지난 10년 동안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했던 주민과 활동가들, 성직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주민들에게 청구한 구상권을 철회할 것과 그동안 국가가 자행했던 폭력에 대해 진상조사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제주를 더 이상 군사기지화하지 말 것도 요구했다.

17일은 강정마을에 해군기기 건설이 결정된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에는 고통과 치욕이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그동안 해군기지에 저항했던 주민들과 활동가들, 성직자들이 이 날을 잊지 않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강정과 연대하기 위해 쌍용자동차 노조원들, 제2공항 반대를 위한 성산읍대책위 활동가들도 자리를 함께해 연대의 뜻을 보였다.

이들은 낮 12시에 해군기지 입구 회전교차로에서 해군기지 10년을 맞는 입장을 내놨다.

평화활동가 최성희씨가 강정마을 해군기지 투쟁의 국제적 의미를 발표했다. 최성희씨는 “강정과 구럼비는 수많은 국제 평화활동가들의 피와 눈물이 스민 곳”이며, “강정의 평화는 세계인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럼비가 평화의 공원이 될 때까지 투쟁하자”고 말했다.

조경철 마을회장도 인사말을 통해 지난 10년을 회고했다. 조 회장은 해군기지 사업이 “1조원이 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 의견도 묻지 않고, 위법한 방법으로 공유수면 매립허가를 취득한 사업”이라며, “대한민국 최대의 불법·탈법·편법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제 제대로 된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적폐덩어리 해군기지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상권을 철회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그래야 제2, 제3의 강정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격적인 기자회견문은 강동균 전 강정마을회장과 백가윤 전국대책위 집행위원장이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10년을 회고하며 “고향땅을 보존하자고, 생명파괴의 가치를 지키자고 나섰던 일은 온갖 범죄 혐의가 되어 우리의 삶과 공동체를 파괴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해군과 대한민국 정부는 개인 116명과 5개 단체에 34억 5천만원의 구상금을 청구해 마을을 통째로 내놓으라고 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그동안 강정마을이 버틸 수 있던 원동력은 전 세계에서 강정으로 향했던 뜨거운 연대의 힘 때문”이라며, “이 연대의 힘을 바탕으로 진행된 10년 동안의 비폭력적이고 끈질긴 평화활동은 전 세계적인 생명평화의 상징이 되었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국가폭력과 비민주적 절차에 대한 사과와 책임 있는 진상조사를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미국의 최첨단 전략무기 줌왈트의 제주해군기지 배치를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며, “더 이상 제주를 군사기지화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주민과 활동가들은 해군기지 정면을 향해 길트기와 인간 띠 잇기를 하며 모처럼 신명나는 반나절을 보냈다.

18일 오후 4시에는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국가폭력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제주해군기지 추진 과정을 살펴보는 토크콘서트가 열린다.

지난 10년 간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주민과 평화활동가 700명(이하 연인원)이 넘는 인원이 영해됐다. 이중 감옥에 갇힌 인원이 60여 명이고, 벌금 액수는 3억 원을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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