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객이 북을 끌고 사자등을 끌며 모두가 ‘와쑤다’를 외치며 퍼레이드를 했다.

서귀포 범섬의 범 기운이 너무 강해 예래동에 사고가 많아지자 군산의 사자가 내려와 범의 강한 기운을 물리쳤다는 전설이 전해지는데...

깊어가는 가을 저녁, 예래동에서는 떠들썩한 잔치가 벌어졌다.

10월 7일, 오후부터 예래초등학교 운동장에는 10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먹고 구경하고 노래하고 춤추며 한바탕 즐거운 마당이 펼쳐졌다.

한국무용가 박연술의 사회와 김성태 대금과 북 연주, 전통예술공연개발원 마로 판굿, 레게음악가 태히언의 노래 등 축하공연이 열렸고, 북적북적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왓수다 마켓’, 왓수다 뺏지만들기, 연만들기 체험, 모두가 함께하는 왓수다 복장 나눔과 축제를 기원하며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과 떡을 함께 나누는 축제의 장이 열렸다.

‘왓수다! 왓수다! 우리마을에 神이 왓수다!’ 축제는 ‘신들이 왓다’라는 의미에서 액운을 떨쳐내고 무사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축제이다.

사자조형물은 수레에 올려져 높이 4미터 폭 3미터의 거대 등불이 됐다.

비영리단체 마불림과 예래동 지역주민들이 함께 만든 왓수다 축제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우수기획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올해 첫 회를 맞이해 축제를 펼쳤다. 올해 예래동(猊來洞 : 사자가오는마을)을 시작으로 마을의 신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한지조명조형물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제작하고, 매년 참여 마을을 확대해 나가며 축제의 대표콘텐츠를 키워나갈 예정이다.

장마철에서 가을 수확기로의 이행기에 치르는 마불림제 기간을 맞아 우리 마을의 신을 모시고 액운을 떨쳐 나가는 의미를 담는다. 최근 핵심콘텐츠의 부족으로 변별력이 떨어지는 지역축제에 제주도 마을의 신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한 한지조형물퍼레이드로 특히 마을 주민이 함께 참여한 축제는 차별화된 핵심콘텐츠로 의미를 더한다.

이번 축제를 위해 예래동 청소년문화의집 학생들과 우리 마을의 신화를 알아보고 그 신화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 디자인 워크샵 및 인문학강의를 통해 예래동을 상징하는 조형물 제작을 함께 했다. 또한, 예래동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함께 한지조형물 뼈대에 한지를 붙이는 배접작업을 진행하고, 축제복장에 쓰일 천연염색과 복장 제작 등 마을 주민들이 축제 전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나누며 준비했다. 퍼레이드를 위해서 예래동 사자놀이 풍물패가 힘을 모아 왓수다 축제만의 율동과 난타공연을 준비했다. 율동은 축제 당일, 퍼레이드를 진행하며 참여한 관람객 모두 “왓수다” 소리와 함께 했다.

수제비누·화장품, 장터에 빠질 수 없는 먹거리-파전, 솜사탕, 수제 음료, 수제밀랍초, 악세서리, 석고방향제, 추억의 LP판과 카세트테이프, 수제 초콜릿, 수제원목도마, 보넷(유럽식 여성 모자) 등
밀람초 , 쌀겨로 발효시킨 일본식 깻잎쌈 주먹밥. 특히 여름에 많이 먹는 음식으로 우리나라 김밥처럼 익숙하고 즐겨먹는 음식이다.

장마가 지나고 액운을 떨쳐낸다는 제주도 제사 의식에서 비롯된 비영리단체 ‘마불림’은 왓수다 문화 기획, 축제 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마불림의 윤성재씨는 “마을에 전해지는 신화나 전설을 컨텐츠화 하여 한지 조형물로 쉽게 재미있게 표현한 신화 조형물들을 일반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구조로 가면 마을을 컨텐츠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귀포를 중심으로 시작하는 왓수다 축제는 내년에는 중문 관광단지를 장소로 4,5개 참여 마을로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매년 참가마을을 늘려나가며 다양한 마을의 신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한 제의적 놀이축제를 열 예정이다.”고 밝혔다.

축제 참가자들에게는 축제 복장이 나눠졌다. 예래동 부녀회팀이 새벽 이른 시간부터 모여 400마 분량의 원단을 감물염색해 축제 복장을 만들었다. 축제 복장을 통해 구경꾼이 아닌 축제의 참여자가 될수 있도록 동질감을 부여하고자 했다.

한지조명을 하는 윤성재씨는 한지조명에 담긴 믿음, 소망이 제주도민의 믿음과 소망으로 연결된 제주도 신화와 연계성을 찾았다. “내가 등을 만드는 이유가 축제를 하기 위해서다”는 윤성재씨의 말에는 왓수다 축제에 대한 그의 열정과 애정, 그리고 축제에 대한 진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러한 마을 축제를 구상한 것은 7,8년 전으로 마을에 제안을 시작한 것은 4,5년 전부터이다. 처음 구상한 제주도 본 신화에서 마을 신화로 바뀌게 된 것도 이 과정에서 일어났다. 당연히, 왓수다 축제가 무엇인지, 왜 해야하는지부터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그들이 수긍하고 함께 하도록 이끌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4,5년이라는 시간 동안 조금씩 조금씩 마을에 다가갔다.

매년 벌어질 ‘왓수다’ 축제. 다음 마을에는 어떤 신화와 전설이 전해지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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