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재조사와 기본계획 연구용역 발주 동시 추진 제안, 성산읍 주민들 거부해 협살 결렬

성산읍 주민들이 29일째 제주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펼치고 있다.

국토부와 성산읍 주민들 사이 제2공항 타당성 재조사와 관련한 협상이 결렬되면서, 제2공항 반대투쟁이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당초에 협상에 기대를 걸었던 성산읍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구본환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지난 5일 오후 3시 30분경, 제주도청 앞 농성 천막을 방문해 27일째 단식 중인 김경배 부위원장을 위로했다. 그리고 바로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주민들과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국토부에서는 구본환 실장과 주종환 신공항 기획과장, 전진 사무관 등이 참석했고, 제2공항 반대 측에서는 강원보 집행위원장과 김문식 사무국장, 김형주 난산리 비대위 공동대표,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등이 함께 했다.

협상에 참여했던 한 인사의 말에 따르면 쟁점은 국토부와 제주도가 지난 2015년 11월에 발표한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타당성 검토 용역’의 부실 의혹 해소 방안이었다. 주민들은 공항 사업 추진 단계를 밟기 전에 이에 대한 전면적이고도 투명한 재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리고 재조사 방안에 대해서 국토부와 주민 간에 민·관 합동협의체를 구성해 핵심 쟁점을 확인한다는 데까지 사실상 합의를 이뤘다. 그런데, 국토부는 타당성 용역의 재조사 추진과 더불어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동시에 발주하자는 제안을 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국토부 제안에 대해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재조사를 위해 민간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만큼 재조사에 주력하면 타당성 연구용역의 부실을 밝힐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던 반면, 국토부가 재조사를 명분으로 공항 추진을 밀어붙이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반론도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주민들 내부에서 지금까지 국토부의 행보를 미루어보면 재조사보다는 사업추진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대세를 이뤘다. 국토부 관계자들은 기존의 입장보다 더 전향적인 타협안을 제시했음에도 소득 없이 돌아가야 했다.

성산읍 대책위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주민에게 회담을 제안하면서 재조사로 쉽게 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팽배했었다. 사실, 협상이 진행되면 천막도 철수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협상이 결렬되면서 당분간 천막농성과 단식이 계속될 전망이다.

7일이 양용찬 열사가 지난 1991년에 제주개발특별법에 반대하며 분신한 지 26주기를 맞는 날이어서 그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제주도청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한다.

다시 지리한 싸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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