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확 / 감귤박물관운영담당

감귤박물관을 총괄해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 운영이라는 게 사실 종합행정이다. 전시, 기획, 유물보존, 교육, 체험이라는 다섯 가지 기둥에서 어느 하나가 짧고 길면 무너지는 게 박물관이다. 다섯 손가락이 골고루 역할을 해야 한다.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 그만큼 항상 고민이다.

한 관람객과 얘기를 나누다, 나에게 예쁜 작별의 말을 한다. “감귤박물관 생각보다 정말 좋네요. 꽃피는 봄이 오면 부모님 모시고 또 올게요.”

이 말을 듣고 순간 멈칫했다. 내 머릿속은 궁지에 몰렸다. ‘몇 개월 후 이 분이 부모님과 왔을 때 작년과 똑같은 박물관이면 어떤 생각을 할까?’

2017년 감귤박물관의 관람객은 16만 명이 넘어섰다. 2016년에 비해 무려 5만 명이 더 온 것이다. 수입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체험 종류를 늘리고, 감귤테마카페 『꿈나다』를 개장하는 등 편의시설을 확충한 결과다.

매일 아침 쏟아지는 관람객을 보면 작년 이맘때가 떠오른다.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렌터카들은 잠시 멈추어 박물관 외관과 안내판을 보고는 다시 가버렸다. 별 볼 일 없다는 듯.

하지만 나에게도 문제는 있었다. 박물관에 오는 손님에게 자랑할 만한 것이 없어 손님 맞는 것이 창피했다. ‘내가 이러려고 박물관에 지원했나.’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관람객이나 지인, 도민들에게 당당하게 자랑을 한다. 감귤박물관에는 이러저러한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있고, 제대로 즐기려면 하루 종일 걸리니 각오하고 오시라고. 하루하루 나아지는 모습에 출근이 즐겁고, 야근도 신난다.

로봇은 보통 삼단 변신을 한다. 조그마한 벼룩도 진정한 벼룩이 되기 위해서는 세 번의 탈피를 해야 한다. 감귤박물관도 마찬가지다. 작년 한해, 한 번의 변신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안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한 올 봄에도 반드시 감귤 꽃이 필 것이다.

나는 기다린다. 꽃피는 봄이 오면 다시 온다는 님의 달콤한 말과 굳은 약속을. 그 약속을 믿으며 님이 오실 날을 준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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