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녀 센터장 / 성 프란치스코평화센터

2018년은 4·3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현기영 작가는 제주 4·3이 인간에 대한 학살이었다면, 강정은 자연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이라고 말했다. 강정 해군기지 반대 투쟁과 국가 및 군의 폭력은 많은 부분 4·3의 맥락을 지녔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국가는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을 상대로 34억5천만원에 달하는 구상권 청구 소송을 철회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연행 700여명, 기소 587건, 구속 60명, 벌금3억원에 이르는 사법적 조치는 국가 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받아야 했던 강정주민과 함께 연대한 사람들에 대한 국가권력의 탄압이었다.

70년전 제주민들이 탄압에 맞섰던 것에 미군정과 정부의 탄압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국가권력이 국민을 지키거나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람과 삶의 터전을 빼앗고 파괴하는지 우리는 이미 역사 속에서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정에 재현되었던 국가공권력의 폭력은 투쟁의 현장에 함께했던 강정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로 하여금 4·3과 강정이 어떻게 연결되고 맞닿아있는지 직접 목격하게 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강정은 4·3이다’라고 말한다.  

강정에 있는 우리가 4·3으로부터 배울 것이 무엇인가. 4·3이 강정에서 재현된 것은 역사의 아픔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함으로써 발생했다. 70주년이라는 시간동안 오랜 침묵과 금기 속에서 배움을 얻지 못한 채 무지를 반복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4·3을 해결한다는 것은 침묵의 역사에서 정명을 갖지 못한 4·3이 제대로 된 이름을 갖는 것, 생명과 삶의 터전을 빼앗은 국가가 사과만이 아닌 진정한 성찰을 통해 역사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강정에서 발생한 국가폭력 문제를 직면하고 성찰하는 것은 4·3의 현재적 의미를 되살피는 일이 될 것이다. 역사와 현재를 잇는, 여전히 강정은 4·3인 것이다.

10년간의 해군기지 반대투쟁에서도 끝내 이뤄진 해군기지 완공이 이제 3년째 되어간다. 이곳을 지키다보면 강정 투쟁은 끝난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나 해군기지 공사를 저지했던 건 군사기지 완공 후에 나타날 여러 문제를 미리 막기 위함이었으니, 군사기지가 완공되었다면 더더욱 운동은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반대운동을 통해 이야기했던 제주의 군사화 및 강정해군기지의 미군기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제2공항은 공군기지와 떨어져 생각할 수 없고, 미국의 핵잠수함까지 입항한 강정 해군기지의 미군기지화는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렇게 제주도의 군사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인데 도민들은 이러한 사실에 무관심하다.

강정을 둘러싼 제주의 군사기지화는 시시각각 진행되는데, 강정마을에서 진행되어 온 10년간의 해군기지 반대와 평화운동은 변화의 시점에 도달했다. 지난 10년간 해군기지 반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고수하던 마을회는 개발을 위해 해군기지의 현실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제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돈(재화)을 쫓고 개발을 쫓아가는 이 시점에 강정만은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를 마주하는 최전선에 선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는 4·3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정의에 기반한 선택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강정에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구럼비의 파괴와 지난 10년간의 공권력의 탄압, 국가의 공동체 파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상규명의 바탕 위에 평화를 세우는 것은 10년간의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강정 생명평화운동을 살리는 것이 아닐까.

전국적으로, 전세계적으로 생명평화의 가치를 배우는 곳이 된 강정마을의 강점은 평화에 대한 언어 뿐 아니라 구체적 실천과 행동이 함께 하는 시공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강점을 더욱 성숙하게 성장시키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강정에서부터 제주의 군사기지화를 도민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고 제주도 다른 곳에 확장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강정에 정의를 바탕에 둔 평화를 세우는 일은 과거의 아픔을 정확히 직시하고, 미래에 똑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4·3의 현재적 의미와 맥락이 닿아 있다. 결국 진상규명과 평화를 일구는 따뜻한 마음과 실천이다.

비록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지 못한다고 해도 올곧게 정의에 기반한 평화적 실천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올해의 변화된 강정마을의 상황에서 함께 모색해야할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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