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2공항 문제에 대한 릴레이 기고 네 번째

도내 21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은 제2공항 문제에 대해 릴레이 기고를 하고 있다. 도민행동은 네 번째 기고로 김경훈 시인이 지난 4월 20일, ‘제2공항반대 범도민 결의대회’에서 발표한「제2공항 반대 격문 : “공항을 지어라”」를 보냈다. -편집자 주

지난 20일,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개최된 ‘제2공항반대 범도민 결의대회’ 현장.

 

제주제2공항 반대 격문

“공항을 지어라”

                                                                - 김경훈 시인

 

내 몸 위에 지어라.

나의 배를 가르고

나의 피를 뽑아내서 그걸로 반죽을 해라.

나의 살을 도래내서 그걸로 미장을 해라.

나의 뼈를 추려내서 그걸로 기둥을 세워라.

 

그리하여

나의 무덤 위에 공항을 지어라.

 

모든 권력은 이렇게

국민들의 고통 속에서만 지속가능한 것인가.

그렇다면 공항을 지어라.

조상들 대대로 이어온 영혼의 안식처

그 무덤들 위에 포클레인 삽날을 꽂아라.

 

그러면 우리는

깃발 대신 죽창을 들 것이다.

성산읍 일대에 자존의 울타리를 치고

원천봉새 원천 차단할 것이다.

 

인간의 탈을 쓰고 들어오는

이 군사주의의 정체에 대해

우리는 강정을 이야기하고

다시 4.3을 말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반복되는 이 광견병 같은

국가폭력의 구조에 대해

이 불치의 전염병 같은 권력과 자본의 야합에 대해

천둥과 벼락의 정의의 불로써 응징할 것이다.

 

그러니 공항을 지어라.

설문대할망 그 모성을 도려내고

한라영산 그 신성을 파괴하고

자기의 땅에서 집단 유배된 학살터 위에

폐허의 공항을 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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