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한 원장_박정신건강의학과의원

 

2. 알아차림

 

필자가 정신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1980년대에는 한창 뇌과학에 대한 연구와 정신질환의 약물치료가 급성장 하던 때입니다.

마음을 약물로 치료한다는 게 언뜻 말이 안 되어 보이지만 정신약물치료는 1950년대에 파리의 한 의사가 다른 이유로 사용하던 클로르프로마진이란 약물이 강력한 마음진정 작용이 있음을 우연히 발견함으로써 이루어졌습니다. 진정효과를 역추적한 결과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관계되었고 정신병적인 증상은 특정 뇌부위의 도파민 불균형에 의해 이루어짐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후 좀 더 세밀한 효과의 약물이 발견되었고 우울증이나 조울증, 불안증과 관련한 약물들 그리고 뇌손상이나 뇌병변의 결과 및 기능성 뇌단층촬영 등의 뇌과학적 연구를 통해 소위 마음을 이루는 요소들 즉, 생각, 감정, 느낌, 감각, 지각, 의식 등이 뇌신경세포들의 신경망 회로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AI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도 이러한 뇌과학의 발전에 힘입은 것입니다.

그렇게 마음은 뇌를 통해 만들어지는 관찰되는 현상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환자가 진료실에 방문하여 상담을 하는 동안 정신과 의사는 환자의 증상을 들으면서 치료할 약물을 연금술사처럼 자동적으로 처방을 내리게 됩니다. 즉 객관적으로 마음을 다루면서 약물을 통해 증상을 정상화 시켜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그동안 정신과에서는 환자가 약을 잘 복용한다면 빠르고 쉽게 증상을 완화시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음을 치료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약물치료는 한계가 있습니다. 조현병의 경우 증상 완화 후 약을 중단하면 대부분 다시 병이 재발하게 됩니다. 우울증이나 조울증의 경우에도 약을 중단하면 상당수가 병이 재발을 하게 됩니다. 다른 질환들도 대부분 약물치료를 중단 시 재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 혹은 일정 기간 약물 유지요법이 필요하고 재발이 의심되면 신속히 약물치료를 다시 시작하도록 권하게 됩니다.

인간의 의식은 뇌에서 감각기관을 통한 오감으로 몸과 바깥세상을 감지하고 안에서 마음이라는 현상을 감지하는 것을 모니터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즉 내가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고 감정이 일어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들을 아는 기능이 있는데 이것을 알아차림이라고 합니다.

붓다는 이러한 알아차림을 활용하여 몸과 마음 그리고 세상에 대해 매우 객관적이고 자세한 관찰을 하는 수행을 하였고 괴로움의 실체를 발견하게 되는 지혜를 얻게 됩니다.

보통 우리는 뇌에서 만드는 마음 현상에 대해 자동적으로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내가 불안하다. 내가 우울하다. 나는 어떤 사람이다. 저 사람이 싫다 등등 ... 그래서 뇌가 만드는 마음이 나라는 존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허용해버립니다.

그러나 뇌와 뇌가 만드는 마음은 나라는 존재가 세상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컴퓨터 와 정보처리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는 뇌에서 만들어진 불안, 우울, 생각 등을 보고 있을 뿐입니다.

마음을 바라보고 아는 의식, 다시 말해 자각을 하는 의식인 알아차림이란 순수의식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몸과 마음을 비롯하여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알아차림 명상은 마음을 자동적으로 동일시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보게 해주어 오염된 마음에 끌려 다니지 않고 매순간 세상을 새롭게 경험하게 해줍니다

 

박용한_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서귀포시의사회 회장
대한명상의학회 부회장
가톨릭의과대학교 및 대학원 졸업
서귀포시정신보건센터 센터장 역임
제주대학교의학대학 임상 부교수 역임
Sati Arama 선원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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