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저것들 뭐야, 당장 막아” 호통에 서귀포KAL호텔 경유 올레길 코스도 변경

▲ 대한항공이 매입한 뒤에 10여년째 방치되고 있는 구 파라다이스 호텔 입구. 출입금지 푯말이 일반인의 통행을 막아서고 있다. 공유수면 사유화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욕설과 물컵 소동 등 갑질 행태로 촉발된 한진그룹 조씨 일가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일로에 있다. 오너 일가를 포함한 경영진의 비리와 부당 대우, 일탈 행위, 갑질 등을 제보하는 그룹 내 익명대화방의 고발 내용도 천태만상이다. 대한항공 승무원과 세관 공직자들까지 합세한 교묘한 밀수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조씨 일가의 갑질과 악행은 끝간데를 모를 정도이다.

조양호 그룹 회장이 나서서 조현민과 조현아를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겠다고 발표했으나 미봉책이라는 비난 여론이 더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대한항공 구성원들은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마지못해 내놓은 사태 무마용일 뿐이라고 반발한다. 진정한 사과도 아닐뿐더러 얼렁뚱땅 넘기려는 속셈 아니냐는 지적이다. 적당한 선에서 사태를 진정시켜 보겠다는 의도가 간파된 상황이다.

최근에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호통과 삿대질, 발로 차는 등의 폭력 행사’ 장면이 담긴 동영상 등이 나오면서 갑질 오너 일가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재벌가의 일상이 갑질이고 악행이냐는 비판이다.

한진그룹은 그룹자산 38조원에 연간매출액이 약23조원으로 우리나라 10대 대기업 범주 안에 들어가는 재벌이다. 제주 지역 곳곳 요지에 제동목장과 정석비행장, 제주KAL호텔, 서귀포KAL호텔, 제주민속촌 등 축구장 2,500개 정도 크기의 토지와 함께 영업장을 소유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1962년 12월 9일, 제주∼김포 노선에 취항하면서 제주와 인연을 맺기 시작해 56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반세기 넘는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함이 옳을 것이다.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한 항공료 인상 등으로 인한 도민들의 경제적 부담 가중 등 제주도로서는 속앓이를 했던 적이 더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이후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주)과 제주도간 물 분쟁 역시 도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한국공항(주)측이 제주도에 먹는 샘물 ‘제주퓨어워터’ 제조를 목적으로 하는 지하수 취수 허가량 증산을 꾀하는 ‘지하수개발·이용 변경허가’ 신청과 둘러싼 공방 때문이다.

증산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으나 제주도는 1984년 8월부터 한국공항(주)에 먹는 샘물 월 3000톤을 제조해 그룹 계열사에만 판매할 수 있도록 지하수 개발. 이용허가와 보존자원 도외 반출 허가를 내준 바 있다. 하지만 한국공항은 허가 조건을 어겨 김포공항 인근 제주광천수 하치장에서 일반인에게도 판매하고 메리츠 증권사에 판매된 제주광천수는 전국의 우수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되기까지 했다.

▲ 인도가 없는 위험천만한 진입도로로 체면 구겨지는 특급 서귀포 칼 호텔.

또, 부촌을 대상으로 삼다수보다 60%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되었다는 사실도 확인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천소재 화장품 제조업체에 제주광천수를 제공함으로써 주문자 생산방식에 의해 생산된 ‘스프레이 화장수’가 대한항공 국제선 기내에서 탑승객에게 제공된 사실도 드러났다.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000년 제주도개발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제26조(지하수개발이용허가)에 ‘먹는물을 제조·판매하고자 하는 경우 이를 허가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된 점을 들어 사기업의 지하수 생산 및 판매는 사실상 2000년에 금지됐다고 제시한다. 그래서 “한국공항의 먹는샘물용 지하수 개발의 기간을 연장허가해 주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한 행정처분”이라고 주장한다. 옳은 지적이다.

이와 같은 주장이 제기 되고 있음을 제주도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차후에 제주도가 제시하는 ‘지하수의 공수화 원칙’에 따라 한국공항에 대한 먹는샘물용 지하수 개발 허가권을 회수 처리함이 옳은 일이다.

▲ 서귀포 칼호텔 해안변 산책로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공유수면의 사유화가 이뤄지고 있다.

제주 올레길 코스 변경과 관련한 갑질 일화도 밝혀져 지역사회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올레 6코스(쇠소깍∼제주 올레 여행자센터)는 처음 길을 낼 때 서귀포 칼호텔 해안을 경유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호텔 경유 해안을 지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엄중한 조치가 취해졌고 6코스의 경로는 변경되었다. 엄명을 내린 장본인은 조현민·현아 자매의 모친인 이명희씨라고 전해진다.

당시 서귀포 칼호텔 총지배인이 올레 관계자에게 말했던 바를 그대로 옮기면, “이명희 여사님이 커피숍에 앉아 차를 마시다가 유리창 너머 호텔 경계 해안으로 등산복을 입은 이들이 하나 둘, 무리 지어 지나가는 것을 보시더니 ‘저것들 뭐야?’ 하고 묻는 말에 올레꾼이라 대답하자 ‘저것들 당장 막아!’라고 해서 길을 돌아가게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레 6코스를 호텔 경유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던 당시 제주지역 본부장은 혼쭐났다고까지 전한다.

제주지역에서 행해지는 한진 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과 악행은 대를 이어 일상화되고 있어서 이제 경종을 울리고 퇴출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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