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이사 방문기4] 페트로나스 쌍둥이빌딩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2일까지 2018국제야구스포츠교류에 참여해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서귀포시야구소프트볼협회가 해마다 추진하는 행사인데, 개인적으로는 지난 2015년 이후 3년 만에 해외 나들이를 결심했다.

해마다 임원들을 격려하고 협회 활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기회를 만들어주시는 문순용 서귀포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과 고영수 상임부회장, 장상오 부회장에게 고마운 마음 전한다. 그리고 현지에서 궂은일 마다하지 않았던 이재헌 사무국장, 저녁에 외출도 삼가고 방에 박혀 노트북과 씨름하던 룸메이트와 재미없게 며칠을 보냈던 이경석 감사님에게 미안한 마음 전한다.

<서귀포신문>도 최근 일손이 부족해져서 해외 나들이 결심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말레이시아 방문을 기꺼이 결행한 한 가지 이유는 고도(古都) 말라카(Melaka) 방문에 대한 오랜 염원 때문이다. 이 도시에 대한 내용은 이후 기사로 소개할 예정이다.

몇 회 이어질 기사가 스포츠교류 사업에 조그만 결실로 남길 소망한다. -기자 주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쌍둥이빌딩이 들어선 케이엘시시 공원.

과거 여의도 63빌딩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위용을 자랑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상 높이 249m, 지상 60층, 지하 3층으로 지난 1980년 착공해 1985년에 공사를 마쳤다. 당시로서는 경이적인 건물이었다.

총과 탱크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군부가 집권하던 시절, 정부는 이 건물을 내세워 국가의 번영을 홍보하려 했다. 고등학고 2학년이던 86년도에 수학여행가서 이 건물을 버스 창 너머로 처음 봤다. 당시만 해도 서귀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최근 헐린 3층 높이 삼일빌딩이었으니, 시골학생의 눈에 비친 63빌딩의 위용이란 정말 대단했다.

그런데 당시 아시아 최고층을 자랑하던 63빌딩이 최근에는 높이로 국내 10에도 들지 못한다. 언제부턴가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찾아보니 현재 국내에서 최고 높이 건물은 인천 송도에 있는 동북아무역센터인데, 층수는 68층, 건물 높이는 305m에 달한다.

80년대 63빌딩이 대한민국 자존심의 상징이었다면 지금 말레이시아의 자존심은 페트로나스 트윈타워(Petronas Twin Tower)라는 쌍둥이빌딩이다. 지상 88층, 452m 높이로 지난 1992년에 시작해 1996년에 완공됐다. 말레이시아 국영정유회사인 페트로나스(Petronas) 본사 건물이다. 대만의 타이페이101 빌딩이 지어진 2014년 이전에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앞 광장에서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데 건물이 너무 높아 사진에 다 잡히지 않을 지경이다.

건물이 들어선 케이엘시시(KLCC, Kualal Lumpur City Center)은 말 그대로 쿠알라룸푸르의 중심이다. 이 일대는 밤낮, 주말 주중 가릴 것 없이 사람들로 붐빈다. 밤엔 건물 전체에서 조명이 발하는데, 그 현란한 야경을 좇아 주변에 젊은이들이 특히 많이 몰린다.

건물의 야경.
건물 내부 쇼핑센터.

이 건물 높이가 나라 국민들에게 자존심을 고취시키는 측면이 강하다. 그리고 한 건물이 하늘로 솟은 63빌딩과는 달리, 같은 두개의 건물이 나란히 서있고 41~42층에서 두 건물이 브리지로 연결되어 있어 독특한 안정감을 준다. 사람들이 건물 주변으로 몰리는 이유다.

건물 안에는 페트로나스 본사 외에도 말레이시아 필하무니오케스트라와 페트로나스 예술단본부, 페트로나스 필하모니 홀도 들어섰다. 그리고 1층에서 5층에는 말레이시아 최대 쇼핑몰인 '케이엘시시 수리아'가 자리 잡고 있다.

쇼핑몰 안에 들어서면 보석과 화장품, 의료 등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상품들이 주로 팔린다. 음식점과 커피숍들도 군데군데 보이고, 지하에는 식료품을 파는 매장이 있다. 히잡을 머리에 쓴 여성들도 쇼핑몰 안에서는 한국의 여느 여성들과 다르지 않다. 보석과 화장품에 넋이 팔려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르는 눈치다.

페르로나스 트윈 타워는 이 나라 국민들에게 자유로운 소비, 번영에 대한 열망 등을 펌프질하는 자본주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다.

건물을 구경하기 위해 멀리서 찾아온 어린이들이다. 이 아이들을 보면서 오래전 내 모습을 떠올렸다.

건물 밖 케이엘시시 공원을 둘러보는데, 단체로 이곳을 방문한 학생과 어린이들도 자주 눈에 띤다. 아이들을 보면서 고등학생 시절 창밖으로 63빌딩을 쳐다보던 내 모습을 떠올렸다. 아이들이 이슬람복장을 입고 있지만, 이미 이 일대에 들어선 이상, 자본주의가 전시하는 허영과 욕망을 피해가지는 못할 것이다.

쇼핑센터 지하 식료품센터에 들러 각 나라에서 온 과일들을 둘러보는데 눈은 자연스레 오렌지로 쏠렸다. 마침 달걀 크기의 이집트 산 오렌지가 있어서 한 묶음 사고 나왔다. 가격이 우리 돈으로 1kg당 3000원 정도다. 나중에 숙소에서 맛을 봤는데, 껍질이 워낙 질겨서 벗기기도 어렵고, 과일을 씹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제주산 한라봉이나 천혜향에 비할 바가 못되는데, 이 나라 최고 쇼핑몰에선 어찌 된 영문인지 한라봉이나 천혜향 대신 질긴 이집트산 오렌지를 팔고 있다.

한편, 쿠알라룸푸르 트윈 타워에 대해 얘기하자면 마하티르 모하마드(Tun Dr. Mahathir Mohamad) 전 총리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난 1981년부터 5차례 재임에 성공하면서 22년 동안 이 나라를 다스렸다. 그는 집권하는 동안 말레이시아는 원료 의존형 국가에서 자동차 등을 수출하는 국가로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고속도로와 공항을 건설하고 국민차 페트론(Petron)을 개발했다.

그의 재임 중 말레이시아는 연평균 8%의 고도성장을 기록하다 1997년에 외환위기를 맞았다. 그는 한국과는 달리 IMF의 지원을 거부하고 자본통제 등을 추진하며 독자적인 방식으로 외환위기를 넘었다.

이 건물은 그가 재임하던 시절에 국영정유회사를 통해 건립했다. 말레이 사람들은 이곳을 방문하면서 자국 경제를 번영으로 이끈 지도자에 대한 존경심도 가슴속에 되새기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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