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부지 내 구거 약 1만5,120㎡ 22년간 점용 중, 사익 추구‧갑질

위의 지도에서 빨간색 실선은 대한항공 서귀포 칼호텔측이 점용허가를 받고 사용 중인 옛 구거 지역이다. 오렌지색 실선은 2007년 2코스 개설 후 2년여 기간 동안 올레꾼들이 걸었던 호텔내 산책로이며 파란색 실선은 2009년 말 이명희씨 갑질로 인해 검은여 해안 윗쪽 호텔 경계에서 담벼락에 연접한 도로를 따라 우회하게 만든 코스이다.(지도는 다음 사진 갈무리. 디자인 오상현)

‘조양호는 퇴진하라! CHO OUT’ 구호.(<미디어 오늘> 4월 30일 보도)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 촉구 촛불집회’를 목표로 하는 익명의 다수 대한항공 직원들의 단톡방(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내걸린 피켓 시안에 쓰인 문구이다. 박근혜 탄핵 당시 국민이 외쳤던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를 패러디한 “이게 회사냐?”라는 문구 역시 함께 등장했다.

구호를 통해 조양호 일가의 갑질, 직원 사이의 이간질로 얼룩진 슬픈 대한항공이라 푸념하는 익명의 직원들이 자조 섞인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촛불집회를 계획하는 이들의 최종 목표는 “조씨 일가 모두 OUT”에 모아져 있다. “물러나라 조씨 일가! 지켜낸다 대한항공!”, “갑질 세습 조원태는 물러나라”, “갑질 세트 조현아 조현민을 추방하라”, “갑질 폭행 이명희를 구속하라” 같은 구호들이 이를 증명한다.

제주지역에서 행해졌던 한진 그룹 오너인 조씨 일가의 폭언과 악행이 하나 둘 드러나자 도민사회에서도 공분이 일면서 서귀포 칼호텔 부지 내의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불허는 물론 지금 당장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24일, JTBC 뉴스룸에서는 제주 칼호텔 중식당에서 조양호 회장이 고성을 지르며 소란을 피웠던 일탈행위를 보여주었다. 또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는 그룹 소유 제동목장 영빈관에서 열렸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축하연이 시작되기 전에 장식과 음식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소리 지르고 지배인의 다리까지 걷어찼다는 제보도 전했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 소유 서귀포 칼호텔 내 정원, 해안 경계지점 산책로를 가로질러 경유하던 올레6코스가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의 명령에 의해 차단되어 호텔 동측 도로를 따라 걷는 코스로 우회하게 만든 것은 재벌가에 의한 갑질 중의 갑질로 판명되고 있다.

“저것들 뭐야?, 당장 막아!”라는 이명희씨의 호통으로 막힌 올레 코스 관련 보도와 관련해 “사유지를 경유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 땅 소유주의 잘못이고 갑질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현장을 확인한 결과 호텔 정원으로 조성된 부지 중 일정 면적은 한진그룹 소유 사유지가 아니었다. 국토교통부 소유로 호텔측이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아 사용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귀포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민모임(이하 서미모)’ 윤봉택 공동대표는 “문제가 된 호텔 내 부지는 거의 공유수면이 포함된 공간이다. 원래 그곳은 구거(도로나 하천의 부속 시설이자 용배수 목적의 일정한 형태를 갖춘 인공적인 수로로서 폭이 좁고 적은 물이 흐르는 작은 개울. 하천보다 규모가 작은 4~5m 폭의 개울) 지대인데 칼호텔에서 점‧사용 허가를 내어 정원을 꾸몄다. 산책로로 이용되고 휴식공간이나 일광욕장, 양식장의 인수시설로 활용되고 있는데 아마 그렇게 많지 않은 임대료를 내고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서귀포시 건설과 담당자는 “지난 1996년부터 서귀포 칼호텔에서 호텔 부지 내 구거 약 1만5,120㎡(4,574평)에 대한 점용허가를 받고 현재까지 이용 중이며 시에서는 1년에 1,520만원가량 임대료를 받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리고 “이 구거는 공유수면에 해당하는 게 맞고, 국토부 소유로서 점‧사용 허가와 관리 등은 서귀포시에서 담당하고 있다. 5년마다 재허가를 받게 되는데 현재의 점‧사용 만료 시한은 2020년 8월 30일까지다.”라고 덧붙였다.

검은여 해안 윗쪽 서귀포 칼호텔 정원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작은 철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긴 상태로 9년간 유지되고 있다.(사진=안창흡)

서미모 윤 회장은 ‘구거’는 과거에 해당 지역 인근이 논농사를 짓던 지역이어서 물을 대기 위한 수로 구실을 했었다면서 “사유지야 어떻게 활용하든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국유지에 대한 점‧사용 허가를 얻어 자기네 땅처럼 쓰면서 올레 코스 경유를 막는 등 오로지 사익만을 추구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한다. 칼호텔의 해안변 정원을 경유하는 올레 6코스의 원래의 모습으로 환원하라는 것이기 보다 일반 시민들, 관광객들의 해안경관 조망권 등 공공의 이익을 돌려받으려고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제주의 아름다운 옛길을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발굴하기 위해’, 국내외 도보 여행자로 하여금 느리게 걸으면서 진정한 제주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2007년 9월 8일, 성산읍 시흥초등학교에서 사단법인 제주올레 출범식이 열렸다. 이날 그 첫 공식 행사로서 ‘말미오름에서 섭지코지까지’ 부제를 달고 ‘세계자연유산 성산 따라걷기’가 진행됐는데 역사적인 제주올레 1코스의 탄생이다.

2코스는 서귀포 해안절경의 상징 ‘서귀포 70리 해안길’이 선택되어 2007년 10월 21일에 개장했다. ‘서귀포 쪽빛 바당길 따라걷기’로, 코스는 ‘쇠소깍에서 서귀포 돔베낭길까지(쇠소깍-돈나무 군락지-제지기오름-보목 구두미 포구-검은여 해안-서귀포 칼호텔-파라다이스 호텔-소정방-정방폭포-이중섭화백 거주지, 이중섭미술관-천지연 생수궤길-남성리마을-외돌개-돔베낭길)’였으나 6코스로 바뀐 현재의 종착점은 제주올레여행자센터이다.

2009년 말까지 2년여 기간 동안은 1사1마을 협약 등에 대한항공 참여가 이뤄지면서 올레 탐방객들은 아름다운 해안경관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것들 뭐야?, 당장 막아!”라는 이명희씨의 갑질에 의해 9년 가까이 그 길은 여지껏 막혀 있는 상황이다. 사유지도 아니면서 갑질을 했다는 비판이 이는 까닭이다. 검은여 해안 위에서 호텔 정원으로 통할 수 있도록 설치한 작은 철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

옛 파라다이스 호텔(허니문하우스) 내 해안경관이 아름답게 조망되는 산책로. 서귀포 칼호텔 서측에 위치한 이 호텔 역시 대한항공에서 인수한 후 입구에 10년 이상 '공사중'이라는 푯말을 부착한 채 일반인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어서 경관사유화가 심각한 상황이며 내부 건물들은 점차 폐허화되고 있어서 지역사회 내 흉물화의 길을 가고 있다. 이 역시 재벌에 의한 갑질이라 할 수있다.(사진=안창흡)

이곳에서 철문을 열어보려고 애를 쓰던 수원시에서 왔다는 올레꾼 한경천(34)‚ 이소영(30)씨 부부는 철문폐쇄 이유를 모른 듯 “왜 이 문이 열리지 않죠? 저 정원길을 걸으면서 해안을 감상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나요?”라고 물었다.

윤 회장은 “구거 점‧사용 허가를 낸 때에 대해 알아보니까 일광욕장과 산책로는 1996년, 송어양식장은 1999년, 휴식공간은 2010년이었다. 공공의 피해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점용 허가기간이 끝나면 공유수면관리및매립에관한법률 제20조(공익을위한처분)에 따라 시민 청원 서명운동을 통해 재허가가 나지 않도록 시민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점‧사용 허가기간이 끝나거나 취소되면 원상회복이 원칙이다. 서미모 윤 회장은 “서귀포 칼호텔 내 구거지대 공유수면에 대해 점‧사용 재허가가 나서는 안되며, 원상회복 역시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바로 서측으로 인접해 있는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역시 공유수면 포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재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며 측량 등을 통하여 명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윤봉택 회장은 공유수면을 포함한 점‧사용 지역이 사유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시민과 도민 그리고 방문자와 관광객을 위한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옳은 길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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