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자전거로 서귀포의 봄을 만나러 떠났으니 이번 주에는 좀 더 느린 속도로 서귀포의 봄 속을 유유자적(悠悠自適) 걸어보기로 하자.

  서귀포(西歸浦)라는 지명의 유래를 담고 있는 서귀포항과 정방폭포를 품고 있는 곳이 바로 송산동이다. 1981년 서귀읍과 중문면이 통합되어 서귀포시로 승격되면서 서귀1리와 3리의 일부, 토평리의 일부, 동홍리의 일부, 보목리를 합쳐 관할하는 송산동이 된다.
지도를 펼쳐놓고 들여다보면 서귀포시내 권에 있는 새섬, 문섬, 섶섬과 서귀포항, 정방폭포,  보목포구를 포함한 바닷가를 품고 있는 곳이 송산동이다.

  이런 송산동은 바닷가를 따라 제주올레 6코스를 걸어도 더없이 좋은 곳이지만 얼마전 좀 더 느낌있는 여행자들을 위해 QR코드 오디오가이드를 접목시킨 송산 컬쳐트랙을 만들었다.
총 7.5km 구간 8개의 트래커스탑(바닥에 반원형으로 설치된 여행객의 안내를 돕는 조형물)이 부착되어 여행을 돕고 있는데 1. 송산동주민쉼터 – 2. 서귀진지와 작가의 산책길 – 3. 할망당 – 4. 자구리해안 – 5. 정방폭포 – 6. 소정방폭포와 김중업 소라의 성 – 7. 구두미 포구와 섶섬지기 – 8. 보목포구의 순서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걷기 그만인 코스를 따라 이어져 있다.

  송산동 주민센터(서귀포시 소암로 4)는 이중섭문화예술거리 입구에서 동쪽으로 약 150떨어진 삼거리에 자리한 제주석을 소재로 외관을 만든 독특함이 살아있는 건물이다. 1층 입구 좌측에 마련된 주민쉼터에 잠시 앉아 송산 컬쳐트랙을 여행하는 방법을 익히고 출발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경유지인 서귀진지는 조선시대 제주 방어시설인 3성 9진 25봉수 38연대 중 9진 중 하나인 서귀진의 옛 성을 복원한 곳으로 솔동산을 따라 내려가다 좌측에서 만날 수 있다.
3성은 제주목, 정의현, 대정현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반면 9진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정의현에는 서귀진과 수산진, 대정현에는 모슬진과 차귀진이, 그리고 제주목에는 화북진, 조천진, 별방진, 애월진, 명월진이 설치되어 제주를 침략하는 왜구와 이양선에 대한 방어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귀포항 쪽으로 작은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세 번째 경유지인 할망당과 만난다. 본래의 할망당에 대한 부연설명없이 단순히 소원을 비는 조형물처럼 만들어진 것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어촌마을의 당에 대한 생활 속 문화를 잠시나마 만난 것에 만족하고 다시 발길을 옮긴다.
  서귀포 시민들과 관광객들로부터 사랑받는 자구리해안을 따라 서복전시관, 정방폭포, 소정방, 건축대가 김중업 선생의 소라의 성, 검은여 바다까지 행복에 홀린 듯 자연에 빠져 걷다보면 이렇게 시내에서 가까운 곳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의 절경과 만날 수 있다는 행운에 절로 감사의 기도가 나온다. 다만 아쉬운 것은 10년 전까지 누구나 만날 수 있었던 전 파라다이스호텔의 그 아름답던 해안 절경을 이제는 만날 수 없다는 점이다. 땅에 대한 소유는 누구든 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경관에 대한 소유는 공공을 향해 서있어야 하지 않을까?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의 문화도시 서귀포에서는 개발자들에게도, 소유자들에게도 사람과 자연을 향한 성숙한 철학이 필요하지 않을까? 호텔을 리모델링해 1년 후 좋은 모습으로 다시 선보이겠다던 새로운 주인의 약속을 굳게 믿었던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못내 아쉬운 구간이다.

  구두미포구로 향해 가다보면 조그만 표지로 부끄럽게 소천지라는 표지를 만난다. 물때와 시간을 잘 맞춰 가면 정말 신묘한 사진을 담아낼 수 있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신조어) 포토 포인트라고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곳이고도 하다. 소천지 바위와 바다 사이에서 아마 수 십번의 셔터를 누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이다.
  섶섬을 손에 잡힐 듯 앞에 두고 자리한 작고 예쁜 구두미포구는 거북이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곳 섶섬지기 카페에서 마시는 한 잔의 차는 서귀포의 향기를 진하게 전해준다.
  송산 컬쳐트랙의 마지막 종착점인 보목포구. 대정읍의 뼈가 억센 자리돔과 달리 강회와 물회로 요리하기 좋은 야들야들한 자리돔의 맛이 일품이어서 유명해진 작은 어촌마을이다. 올해는 자리돔 축제가 열리지 않아 아쉬웠지만 도민들과 관광객들의 입맛을 붙잡아 둔 보목마을의 포구는 시내버스의 종착점이자 시작점이기도해 시내로 돌아가는데도 큰 불편함이 없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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