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숙 박사 / 제주대 교수

 올해 6월 한 달은 유난히 바쁜 달이다. 세기의 이슈가 될 북미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월드컵 축구가 시작되는 달이며, 동시에 지방선거로 들썩이는 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6·13지방선거가 일주일 안으로 다가온 지금 제주지역은 후보자들의 활동만 분주할 뿐 정작 표를 행사할 유권자들은 조용하다. “투표하지 않겠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유권자들이 선거에 대한 관심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이유가 차고 넘친다.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이 난무하는 선거판에 큰 관심을 보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지역에 커다란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혼탁한 파도 속에서도 맑은 바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유권자이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후보를 비교 검증하여 제대로 된 일꾼을 뽑지 않으면 제주는 올바른 방향타를 놓치는 것이며, 유권자가 후보자들의 공정한 심판이 되지 않으면 결국 반칙이라는 패착에 자리를 내 줄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의 ‘편안한’ 관망, 선거에 대한 장기화된 ‘체념’은 민주화된 시민 사회에서는 일종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유권자들은 각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 공약의 이행 가능성, 그리고 도덕성을 제대로 살펴보고 어떤 후보가 민주주의에 적합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정당과 인물, 공약과 정책을 두루 살피고 학연이나 지연보다는 적절한 공약과 공약의 이행 가능성, 청렴성을 유권자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치와 도덕성의 관계는 어떤가? 도덕성이야말로 후보자를 판가름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일 것이다. 도덕성과 정치는 반비례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런 말놀이는 성숙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유머로 그쳐야 하며, 그것이 조금이라도 도덕적 해이를 눈 감아 주는 변명이 돼서는 안 된다.

 마이클 샌델은 『왜 도덕인가?』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윤리적 기반을 잃어버린 정치야말로 국민의 공공선에 해를 가하는 가장 무서운 적이다. 따라서 공직자와 정치인의 도덕성은 일반인보다 더 높아야 한다.” 도덕성은 모든 권력의 바탕이 되며, 모든 권력은 도덕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우리는 도덕성을 상실한 정치를 장기간 경험했고, 지금도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 후유증은 지역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치를 후보자 개인의 욕망을 펼치는 곳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곧 대다수 시민이 바라는 사회적 합의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제주 지역사회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따라 활기차고 역동적인 시민사회의 모범이 될 수도 있고 여전히 학연, 지연, 혹은 개인적 관계에 묶인 정체된 공간으로 남을 수도 있다. 지역사회가 섬이라는 특수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인적, 문화적 인프라를 구축한 선진 사회가 될 수도 있고 온갖 개발과 건설이 난무하는 난개발 전시장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유권자는 후보자로 하여금 보다 의미 있는 정책들을 제시하고 그것을 이행하도록 유도하는 견제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온전히 유권자들의 몫이고 유권자들의 선택이다.  

 지역의 미래를 위해서는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각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비교하고 도덕성을 검증하고 점수를 매겨 보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선거는 공익적 관점에서 따져보고 계산한 후에 선택해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르는 조금은 골치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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