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택 / 서귀포예총 회장

 누군가 서귀포시장으로 취임을 앞두고 가장 고민거리 중 하나는 ‘재임 중에 시정 방향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 시정 방향을 정하는 척도가 바로 시정 목표를 상징하는 표어이기 때문이다. 이 표어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재임 기간 중에 중점을 두어야할 방침이 정하여진다.

 제주특별자치도청 홈페이지에 보면, 원희룡 도지사는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라고 하면서,"제주의 1차적 가치인 청정 자연을 바탕으로 휴양, 헬스, 레저, 문화, 에너지, 스마트그리드 등의 2차적 가치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습니다."라고 도정 목표를 정해 제1기 원 도정을 이끌어 왔다.

 그러면 제2기 원 도정에서 행정시 서귀포시를 이끌어나갈 첫 시장으로 임명받은 이는 어떠한 목표를 설정하려 하는지 궁금한 일이다. 지금까지 서귀포시장의 시정 목표를 보면, 일부 시장들을 제외하고는, 두리뭉실한 게 특징 아닌 특징이었다. 이는 쉽게 말해 시민들조차도 정의 내리기 어려운 미사여구를 사용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하여도 우리나라 정세는 이러다가는 전쟁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정도로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다가, 이제는 남북정상 평화회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치러진 6·13지방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전국 싹쓸이 여당 열풍에서도 제주특별자치도가 유일하게 무소속 도지사 후보가 당선되는, 글자 그대로 유배의 섬 제주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독특한 민심이 표출되기도 하였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도가 된 것이 국제자유도시 완성이라고 정의를 한다면, 국제자유도시가 목표하고 있는 그 정점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지금 이 시점에서 한번 되돌아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최근 20여 년 동안 제주도는, 그 동기야 어떻든간에 재임했던 여러 도백들에 의한 무원칙한 땜질식 도정 운영으로 인하여, 50억 원에 거래하였어도 좋았을 영주권 장사를 단돈 5억 원 헐값에 이뤄지기도 했다. 영원히 보전될 거라고 믿었던 중산간 지역에는, 신도시 건설 면적에 버금가는 골프장이 경쟁하듯이 들어서는가 하면, 사전을 찾아보아야만 이해가 되는 골프텔이 아파트처럼 들어서서 오름군락을 이루고 있다.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 것 가운데 하나는, 청정 곶자왈을 제주의 허파라고 후안무치하게 말하면서, 그 허파를 뒤집어 골프장, 신화역사공원, 헬스케어타운 등, 여러 시설 군을 경쟁하듯이 짓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을 얻으려고 하였었나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이러고도 과연 제주도가 ‘청정지역’이라고 스스럼없이 말을 할 수가 있는가이다. 무엇보다도 제주는, 제주를 기억하는 모든 분들에게는 청정자연 그대로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러한 제주를 동경하여 제주에 살고자 찾아오는 분들이 한 달에 천여 명 가까이에 이른다고 한다. 다른 도시처럼 제주가 공업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특히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제주섬에, 농어업과 관광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게 전부인 이 섬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와 둥지를 틀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서귀포 또한 현주소는 국적 불명 그대로이다. 혁신도시에는 한라산이 보이지 않을 만큼 솟아 오른 아파트하며, 이에 따라 강정지구에 높게 들어선 아파트, 서귀포 천혜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새섬에서부터 삼매봉을 지나 법환포구까지, 해안선마다 개발되지 않은 곳이 없으니, 과연 이러고도 역대 시장들이 청정 서귀포를 지켰다고 부끄럼 없이 말을 할 수가 있겠는가.

 차기 민선 7기 원 도정의 첫 서귀포시장에게 바라는 것은, 서귀포시를 ‘생태문화도시’로 일신시켜 달라는 것이다. 이제 서귀포시의 해안선은 더 이상 훼손시켜서는 아니 된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 하여 사유재산 권익이 우선되어야 한다지만, 공익 목적이 우선되지 아니하면, 그 가치는 절대 훼손되고 만다. 치고 빠지는, 즉 개발 분양만 하여  사익을 추구하고 나서 빠지는 노름이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아니 된다.

 말이 좋아 강정민군복합관광미항이지, 이것을 강정민군복합관광미항이라고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시민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이게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었다면, 그 당위성에 대하여 지금이라도 바르게 정립하여 지역주민들의 아픔을 올바르게 치유해주어야 한다. 제2공항 또한 마찬가지이다. 어려운 일일수록 머리를 맞대어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제주 속담에 ‘쇠눈이 크덴 해도 의논만큼 큰 눈이 없덴 헌다’라는 말이 있듯이, 소통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이제부터는 청정 서귀포를 지키는 것이, 가장 서귀포다움을 유지한다는 기조 아래, 이러한 자연유산이 오래도록 시민의 이름으로 전승 보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일례를 하나 들어본다. 1978년 서귀포의 해안 절경에 서귀포KAL호텔이 조성되면서, 지난 40년 동안 해안선이 무너지고, 지역 주민들이 논농사에 사용되었던 수로(물골)가 기업의 사사로운 이익 추구에 점용 당하고, ‘거믄여’로 이어지는 공공도로가 무단점용 받아도, 아무런 행정의 간섭 없이 칼호텔 사익 추구만을 위하여 사용되어 왔었다. 급기야는 시민들의 호텔 내 산책로를 걷는 것 조차 출입 봉쇄는 물론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 하는, 참으로 서글픈 현실의 삶을 우리 시민들은 40년이라는 긴 세월을 갑질당하여 왔다.

 이제 민선7기 원희룡 도정 첫 서귀포시장은 이러한 점부터 우선 정리해야 한다. 시민 정의사회란, 시민들의 정체성이 올곧게 유지될 때 힘을 발휘할 수가 있다. ‘더 큰 제주’는 이러한 시민들의 자긍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지금 서귀포시민들은 붕괴되는 서귀포의 해안선을 지키고, 사익 추구로 인하여 갑질당하고 있는 시민들의 아픔을 헤아려 줄 수 있는, 소통할 줄 아는 시장을 원하고 있다.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라, 서귀포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하여 생태문화도시로 시민과 함께 손잡고 나아갈 수 있는 그러한 시장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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