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독립유공자 故강태하 선생의 장손 강상무씨

법정사 항일운동에 가담했던 故강태하(姜太河) 선생이 오는 15일에 독립유공자로 지정돼 대통령표창을 받는다. 그동안 조부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보훈청에 국가유공자 서훈을 요구했던 강상무씨를 만났다.

8.15광복절을 맞아 제주출신 독립운동가 5인이 독립운동가로 서훈을 받는다. 정부는 제73주년 8·15 광복절을 맞아 독립운동가 故김시범(金時範) 선생(1890.9.13~1948.11.25)에게는 애족장을, 故강태하(姜太河) 선생(1897.4.5.~1967.8.8), 故신계선(愼啓善) 선생(1875.12.06~1950.6.14), 故조무빈(趙武彬) 선생(1886.7.20~1952.10.4), 故한백흥(韓伯興) 선생(1897.3.18~1950.10.1)에게는 대통령 표창을 각각 추서했다. 이로써 제주출신 독립유공자는 생존 애국지사인 강태선 선생(94세)을 비롯하여 모두 168명이다.

강태하 선쟁은 법정사가 1914년에 설립된 이후 불교신도로 이름을 올렸고 사망 후에는 법화사에 위패가 봉안됐다. 1918년 10월 7일 거사에 참여한 후 11월 27일에 검거되어 기소됐고, 1919년 2월 4일에 재판에서 벌금 30전을 언도받았다. 당시 판결문에는 ‘1918년 6, 7월경 농민들을 불러 모아 도당을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어 거사 이전에 이미 치밀한 계획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벌금 대신에 30일의 노역으로 형을 마치고 1919년 3월에 석방됐다. 그리고 해방이후 1967년 8월 8일에 고향에서 생을 마감했다.

강태훈 선생이 독립운동가로 지정된 직후, 선생의 장손인 강상무씨를 만났다. 강상무씨는 지난 3년 동안 조부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각종 자료를 모으고 보훈처에 국가유공자 지정을 신청했다 두 차례나 절당했다. 보후처가 그동안 까다로운 규정을 이유로 독립유공자 지정을 거절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올해는 유공자로 지정해 대통령 표창을 추서했다.

-늦었지만 축하드린다.

“몇 년 동안 조부의 명예를 찾기 위해 마음고생 많았다. 그동안 자료를 찾는 것도 힘들었는데, 그래도 한금순 박사가 제주불교사에 연구를 많이 했고, 내게 크게 도움이 됐다.”

-서운한 점도 있었겠는데.

“우선 법정사 항일운동은 기미독립운동에 비해 시기적으로도 5개월이나 빨리 시작됐고, 중문면에서만도 700명이 거사에 참여할 정도로 큰 운동이었다. 그런데 행정과 여러 기관이 법정사 항일운동에 무관심하다는 게 섭섭하다.”

당시 수형인 명부.

-김연일 법정사 주지 등은 이미 독립유공자로 지정을 받았다. 조부가 늦게 지정을 받은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법정사 항일운동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은 자들은 66명이었다. 그 가운데 18명은 불기소됐고, 나머지 48명 가운데 22명은 이미 독립유공자로 지정이 됐다. 그리고 조부가 23번째로 서훈을 받게 된 거다. 보훈처는 그동안 조부가 법정사 항일운동에서 구체적 활동내역이 불분명하다며 2차례 심사에서 탈락시켰고 3번째 심사에서 가까스로 인정했다. 48명 가운데 아직 서훈을 받지 못한 25명도 유공자로 지정돼야 한다.”

-당시 거사의 주도인물들의 행적은 알려졌는데, 강태하 선생의 역할은 사람들이 잘 모른다.

“당시 조직도를 보면, 조부는 중군대장 양남구 휘하에서 선봉대로 활동했던 15명에 들어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 이름이 수형인명부와 형사사건부에 있다. 내가 국가기록원에서 뽑아 일일이 한글로 번역해 보훈청에 제출했다. 당시 체포된 자들 가운데 단순 가담자들은 대부분 불기소 처분됐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벌금 30엔을 언도받고, 돈이 없어 노역장으로 내신했다. 당시 일본돈 30엔은 제주읍에서 땅을 1000평을 살 수 있는 큰돈이었다.”

-강태하 선생께서는 해방 이후에 돌아가셨다. 삶에 큰 어려움은 없었나?

“할아버지는 1967년에 돌아가셨는데,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법정사 항일운동에 함께했던 동지와 사돈을 맺은 거다. 우리 고모를 4년 후배쯤 되는 오병윤 어르신 댁에 시집을 보냈다. 고모님은 시아버지도 독립유공자, 친정아버지도 독립유공자가 되는 셈이다.”

100년 전 항일운동의 중심이었던 하원 법정사 터.

-할아버지에게 법정사 항일운동에 대해 들었던 내용이 있나?

“내가 어릴 때 돌아가셔서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말씀은 많이 하셨다. 그래서 내가 할아버지에 대해 자료를 모으다가 할아버지의 명예를 지켜드리기 위해 3년 전부터 보훈처에 자료를 제출하고 유공자 지정을 추진했다”

- 강태하 선생이 유공자로 지정되면서 서귀포에 자랑거리가 늘었다. 그리고 100주년을 맞는 법정사 항일운동도 다시 한 번 조명을 받게 됐다.

“난 해마다 거사일인 10월 7일이면 법정사 의열사를 방문한다. 그런데 법정사를 복원하거나 독립운동의 정신을 선양하고 계승하기 위한 노력이 전무하다. 심지어는 기념행사에 도자시가 방문하지도 않는다. 기미독립운동 이전에 중문면에서 700여명이 넘는 주민이 참여해 지서를 습격하는 등 대규모 독립운동을 벌인 건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다. 교육청도 4‧3은 정규수업으로 편성해 가르치는데 법정사 항일운동은 가르치지 않는다. 체험학습 현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원희룡 지사는 오는 8월 15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개최되는 제73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포상을 전한다. 故강태하 선생에 대한 포상은 손자인 강상무씨에게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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