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불면증과 명상

박정신과의원 원장 박용한

 

많은 분들이 불면증을 호소하며 진료실을 찾아옵니다. 처음부터 잠이 들기 힘든 경우, 잠을 자더라도 중간에 깨면 잠이 들기 힘든 경우, 밤에 자주 잠을 깨어 충분히 잔 느낌이 안든 경우, 밤새도록 잠을 제대로 못자서 오는 경우들로 다양한 불면증 양상을 보입니다.

그러나 불면증에 대해 초기에 잘못 대응하면서 불면증이 고착되어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 과거에 잠을 못자서 다음날 고생을 많이 한 것이 기억으로 남아있다가 사소하고 일회성 이유들로 잠이 안오는 경우임에도 잠을 못잘까봐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 잠을 자려고 애쓰다가 오히려 각성이 되어 잠을 못자는 경우입니다. 둘째, 잠이 잘안온다고 답답한 마음에 TV를 키고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보거나, 밖에 나가거나 부엌에서 음식을 먹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방법은 오히려 잠을 빨리 못자게 각성시키는 결과를 낳고, 더욱 문제는 매일 밤마다 그 시간이 되면 정확히 꺠어나게 하여 습관적으로 TV보고, 스마트폰을 보게 하는 등의 행동을 반복하며 지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셋째,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술을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술은 처음에는 잠을 빨리 들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깊은 잠을 방해하고 잠의 지속시간을 짧게 하여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깨어나게 해버립니다. 술이 잠의 질을 점점 떨어뜨리는 줄 모르고 계속 술을 듭니다. 넷째, 불면증 중에 잠은 들었으나 한밤중에 깨어나면 잠이 잘안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의 불면증은 우울증이 있을 경우 잘 나타나는데 우울증을 방치한 채 수면제만 복용하여 지내다보면 우울증이 악화되고 수면제도 효과가 없어 과용하는 상태로 지낼 수 있습니다. 다섯째, 병원에서 처방하는 전문의약품인 수면제의 대부분이 습관성과 남용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수면제에 의한 잠은 정상적인 수면이라기보다 마취하듯 재우는 것이라서 정상적인 깊은 수면을 방해하여 수면제를 계속 복용하면 내성도 생기고 잠을 자도 잘잔 느낌이 안들어 수면제 용량을 늘려갈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서서히 용량을 줄여가면서 수면제를 끊거나 대체요법에 의한 전문적인 수면제 끊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여섯째,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수면호르몬 분비가 적어집니다. 그래서 자다가 여러번 깨면서 자게되고 낮에도 토막잠을 자거나 졸게되는데 이것은 정상적인 소견입니다. 젊을 때랑 비교하여 충분한 시간을 자지 못한다는 불안감으로 서둘러 수면제를 찾는 경우가 생기는 데 토막잠을 자면서 지내는 패턴을 받아들이다보면 크게 생활에 불편하지 않게 됩니다.

잠을 자는데는 기본적인 수면환경이 잘 만들어져 있어야 합니다. 조용하고 어두워야 수면호르몬 분비가 원활히 분비되고 특히 마음상태는 평온하여야 합니다. 마음을 평온하게 하려면 쓸데없는 생각이나 감정들을 분명히 알아차림하고 끌려가지 말고 멈추어야 합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숨쉬는 것을 즐겁고 편안하게 느끼다보면 (안되더라도 반복하여 알아차림하고 호흡으로 돌아옴) 잡념이 사라지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필름이 끊기고 잠이 들게 됩니다. 잠은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몸이 알아서 하는 자율기능이기 때문에 우리는 잠을 방해만 안하면 됩니다. 그러려면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을 통해 얻는 평온함이 수면에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