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정 의지부족·말장난·언론 플레이 등으로 망신살

▲ 옛 탐라대 부지 전경.

 옛 탐라대 부지에 외국대학을 직접 유치하겠다는 제주도의 약속이 허언에 그치고 있다. 제주도는 2016년 6월, 혈세 416억원을 투입해 동원교육학원으로부터 옛 탐라대 부지(31만2200㎡)와 건물 11동(3만700㎡)을 매입하고 이 부지에 외국대학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해 왔다.

 그러나 한없이 뒤로 늦춰지고 있다. 도정의 의지 부족을 넘어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닌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국대학 유치와 관련해 아무런 성과도 도출하지 못하는 사이에 옛 탐라대 부지는 흉물화될 위기에 빠져 있다. 담당 부서인 제주도 평생교육과에 문의한 결과 현재 외국대학 유치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으나 손에 잡힌 구체적인 성과는 전무한 상황임을 파악할 수 있다.

▲ 옛 탐라대 건축물.

 세계 100위권 내 대학들을 대상으로 전자메일을 통해 의사 타진 결과 12개 대학에서 날아온 답변은 거의 부정적인 의견이었다는 결과를 내놓은 게 전부다. 70개 대학에 보냈다는 전자문서라든지 12개 대학에서 보내왔다는 답변 문서는 공개하기를 꺼렸다. 실제 매뉴얼이 만들어지고 실제 제안을 거쳐서 답변서를 받은 것인지, 제안서 형식과 내용은 제대로 작성됐는지 그 진위 여부가 파악되고 검증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는 11월경,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협조로 캐나다 유수의 대학을 방문해 분교 설치 의사를 타진하겠다든지 아시아권 학생들에게 인지도가 있는 유럽과 미국 등의 대학을 물색해 유치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현재 상황만을 놓고 볼 때에 이마저도 영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여론이다. 

 옛 탐라대 부지에 교육기관을 유치해달라는 하원마을 주민들의 요구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하원마을회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막대한 예산이 이미 투입된 옛 탐라대 부지에 대한 외국대학 유치, 적어도 교육기관을 설치하겠다는 도지사의 약속은 2년 넘도록 감감하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는 추진 상황 등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했으나 오랜 시일이 경과해도 단 한번 연락조차 없다는 하소연이다.

 사실, 지난 4월 18일경, 필리핀 수빅만 소재 워싱턴국제학교 이사장과 워싱턴국제학교 한국사무소 대표, 제주글로벌캠퍼스 설립추진단장 등 일행이 하원마을 주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이들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옛 탐라대 부지를 활용한 ‘2+1 제주글로벌캠퍼스 설립’이라는 구상을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 뉴욕주와 위스콘신주 소재 대학 그리고 워싱턴국제학교가 결합된 제주글로벌캠퍼스타운 조성을 위한 설립 의사를 밝혔고 협조를 당부했다고 한다. 먼저 2개의 외국대학 유치와 관련해 설립을 위임 받은 포스월드(워싱턴국제학교 한국사무소)측은 해당 대학들과 협의한 관련 서류 일체를 하원마을회 주민들에게 확인시켰다.

 당시 이 자리에는 사전에 초청하지도 않은 제주도 담당부서(평생교육과) 담당자와 서귀포시 관계자도 마을회와 정보를 나누고 연락을 취하면서 자리를 함께했다고 한다.

▲ 옛 탐라대 부지 위성지도.

 강상기 하원마을회장은 “외국대학 분교 유치 활동은 토지 소유자인 제주도가 직접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예전 동원학원처럼 주민들을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하원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전했다. 이 자리에 동석했던 제주도 평생교육과 관계자는 “외국대학 분교를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는 주체는 국립대는 해당 국가, 주립대학은 해당 주여야 한다”며 제안 단계부터 워싱턴국제학교 한국사무소는 자격이 없다는, 황당한 지적을 하더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제주글로벌캠퍼스 설립 추진단장과 워싱턴국제학교 대표는 “현재 필리핀 수빅 워싱턴국제학교 분교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워싱턴국제학교 본교를 비롯해 미국 2개주 대학과도 옛 탐라대 부지에 ‘2+1제주글로벌 캠퍼스타운’에 분교를 설립, 운영하는데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며 “제주도의 외국대학 유치 의지가 극히 의심스럽고 대단히 소극적인 태도여서 유감이었다”고 반박한다.

 이들에 의하면 “2017년 10월 중순경, 제주도 관계자(당시 라민우 정책보좌관실장)와 1차 상담과 협의 절차를 가졌고, 2018년 1월경에는 제주도 평생교육과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서 협의했으나 당일 언론에 알려지는 바람에 그러한 언론의 관심과 취재에 반발해서 이튿날에 ‘제출한 서류 일체를 가져가라’는 제주도 평생교육과 담당자의 전화 통보가 와서 회수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갑질 논란 와중에도 ‘외국대학&워싱턴국제학교 설립 제안서’를 도지사 앞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지사나 제주도정 차원의 대응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외국대학 유치 의지가 있다면 의견을 듣는 시늉이라도 해야 옳은 시점이었다. 도정의 의지부족이 확연한 사안이라 할 것이다.

 현재는 영어교육도시로 훌륭하게 조성된 구억리 115만평을 대상으로 15년전에 조지워싱턴대학 유치, 설립에 참여했던 제주 출신 제주글로벌캠퍼스 추진단장 김대경 박사에 따르면 국내 경제자유구역이라든지 새만금 지역 등 2, 3군데와 ‘외국대학 & 국제학교 설립을 통한 글로벌복합교육도시 개발’ 제안 및 검토 과정이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뉴욕주 소재 대학의 경우 융복합과학기술대학, 경영대학, 문과대학, 평생교육 및 직업교육대학, 호텔관광대학, 예술대학으로 구성하고, 위스콘신주 소재 대학은 의과대학, 약학대학, 간호대학에 대한 설립 전략 계획을 바탕으로 9월부터 본격적인 협의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제주도 담당공무원들이 언론을 활용해 제주를 방문한 국제학교 이사장과 대학 관계자들을 근거 없이 민간 브로커로 몰아붙이는 구태와 무책임한 업무 추진이 국제적 망신살을 겪고 있다.

 옛 탐라대 부지를 활용한 외국대학 유치 문제는 서귀포시와 주민 숙원사업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제주교육의 미래와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정책적 전략 수립 차원에서 원도정의 강력한 대학 유치 의지와 구체적인 로드맵 수립이 필수적이며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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