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지 않는 입맛 까다로운 나는 바쁜 일정탓에 시내에 위치한 아담한 식당을 방문했고, 정말 괜찮은 단골집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릴적 자구리 앞바다에서 놀다 허기진 배를 보말로 채운 기억이 나는 훌륭한 간식거리.

아마 30대 이상 제주도민이라면 한번쯤은 바다에서 직접 채취한 보말을 먹어봤을 것이다.

보말은 제주지방의 사투리로 본래는 ‘고둥’이라고 한다. 제주 어느 바다에서나 주워 삶아서 간식거리로 먹을 수도 있지만, 제주지역 사람들은 국이나 면을 넣은 칼국수로도 즐긴다. 이제는 제주 여행객들의 필수 먹방 코스 중 하나의 음식으로 보말음식점이 많이 생겼지만, 이 곳은 서귀포시민들의 맛집으로 자리잡힌지 오래다.

보말국은 제주도의 향토음식으로 보말을 물에 담가 모래를 빼 낸 다음 껍질째 삶아 건져서 하나하나 속살을 꺼내고 보말 삶은 물은 체로 걸러둔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쑤시개로 하나하나 걸러내는 작업이 집중력과 섬세함을 길러주는 훈련(?)이 된다. 그만큼 간단하지만 정성을 담아야하는 음식이다.

조그만한 소라같이 생긴 것이 입안에서 보말 특유의 향을 내며 터지는데 그 향이 깊을수록 오랫동안 보말을 우려냈다는 걸 단번에 느끼는 맛이다.

해독효능이 좋은 보말은 전날 회식의 무리한 피로를 날려주듯, 소화도 되기 전에 맛으로 이미 몸은 괜찮다고 하고 있었다. 정말 많은 해장국집을 다녀봤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국물이 일품이다. 이미 보말국에 밥을 말아 한그릇 끝냈지만 해장이 되고나니 배에서는 허한느낌이 나, 항상 옳은 고기를 먹어봐야겠다. (Tip‘속으로는 오리기름은 살이 찌지 않는다‘ 주문을 걸면 방금 식사를 했어도 죄책감이 사라진다.)

식사를 마쳐갈 때 쯤 쉽게 볼 수 없는 메뉴가 보였다.

이 곳은 보말음식 외에 오리두루치기도 유명하다. 점심식사 시간대에 방문했을 땐 이미 오리두루치기를 찾는 손님들이 많았다. 사실 옆에 손님이 매콤달콤한 오리두루치기를 먹는데 나도모르게 주문을 하고 있었다....

오리두루치기 한쌈에 밑반찬으로 나오는 마늘쫑 장아찌만 넣어서 먹으면 혀의 다섯가지 맛이 전부 느껴진다. 돼지두루치기가 질릴법할 때 쯤 오리두루치기도 추천해본다. 오리고기라서 그런지 먹고나면 더부룩한 느낌도 덜한다.

손이 큰 사장님께서 마치 양조절에 실패라도 하신 듯, 두둑한 양에 감사하게 생각하며 예정에 없던 두끼의 점심식사는 성공적이었다. 요근래 먹었던 음식 조합중 궁합이 정말 잘 맞는 것 같다.

최근 식당들과 먹거리들이 많아저 나와 같은 ‘음식선택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일단 한번 가서 드셔봐’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 다시 생각날 것 같다. 쌀쌀해지는 밤, 그리워하게 될 식당..

 

 

위치 : 제주 서귀포시 중정로91번길 58

문의 : 064-733-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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