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혈병은 18세기까지 원인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 선원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질병이었다. 처음에는 온몸이 아프다가 허리 아래 부부에 자주색 반점이 돋고 잇몸이 허물어져 이가 뽑힌다. 그리고 빈혈을 일으키고 심장이 쇠약해져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

스코틀랜드 출신이며 영국해군에 소속되었던 외과 의사 제임스 린드(James Lind, 1716-94)는 감귤이 괴혈병을 치료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린드는 1747년 5월 20일, 영국해협(English Channel)을 항해 중이던 샐리스버리(Salisbury)호에 탑승해 괴혈병을 앓고 있는 선원 12명을 대상으로 최초의 임상실험이라 불리는 과업을 수행했다.

린드의 관찰결과, 오렌지와 레몬을 복용한 환자들이 빠르게 회복했고 두 명중 한 명은 6일 만에 근무를 할 수 있을 정도까지 되었다. 그는 실험결과를 토대로 논문 <괴혈병에 관한 보고서, A treatise of a scurvy)를 발표했다.

괴혈병이 비타민C(혹은 ascorbic acid)가 결핍되었을 때 나타나는 질병이라는 사실은 20세기가 되어서야 밝혀졌다. 비타민C는 콜라겐의 합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데, 인체 내에 비타민C가 부족해지면 콜라겐 합성이 불량해져 피부가 건조해지고 출혈이 발생하며 잇몸과 근육이 약해지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알베르트 센트죄르지(Szent-Györgyi)와 월터 노먼 호워스(Walter Norman Haworth)는 1937년에 각각 비타민C를 분리 추출한 공로와 비타민C의 구조를 밝혀낸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비타민C의 발견은 1930년대 인류가 이뤄낸 최대의 업적으로 손꼽힌다.

아주대학교 보건대학과 전기하는 지난 2012년에 석사논문으로 <북한이탈주민의 구강건강지표와 구강건강관련 삶의 질의 관계>를 발표했다. 논문은 남한남성에 비해 탈북 남성의 건강이 더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구강건강에서 남한남성은 29.1%가 저작불편을 호소한데 비해 탈북남성은 61.1%가 불편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전 씨는 북한이탈주민의 구강 건강의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열악한 의료체계와 이들이 제3국에 체류할 당시 치아관리를 하지 못한 점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과거 영국 해군의 선례나 최근 북한이 겪고 있는 경제난 등을 비추어볼 때, 북한 주민들이 비타민C 결핍에 만성적으로 노출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해도 북한에 배추농사가 흉작이라 배추 값이 예년대비 400%까지 폭등했다는 말도 들린다.

제주산 귤이 북한에 공급됐다. 귤이 남북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건강 증진에도 기여하갈 기대한다. 그러면 제주 귤이 남북화해, 건강과 인권 등을 모두 일구는 귀한 과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더 많은 귤이 북한에 보내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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