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농가들이 혼란스럽다. 10여년 전 과일의 여왕으로 불리는 한라봉이 시장에서 찬밥 신세가 된지 오래다. 독특한 향기와 달콤한 맛으로 도시 젊은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던 천혜향도 몇 해 전부터 인기가 시들해졌다.

이후 레드향이 높은 당도를 무기로 소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데, 새로 재배를 시작하는 농가들이 늘면서 과잉 생산으로 부메랑을 맞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그리고 그 우려의 연장에서 신품종으로 ‘미하야’와 ‘아수미’를 택한 농기들이 있었다. 그런데 뇌관이 터졌다.

‘미하야’와 ‘아수미’ 품종개발에 나섰던 일본의 연구기관이 국내 대리인을 내세워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등록’을 신청했다. 농가들이 애써 키운 나무를 베어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하면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혐의로 전과자 신세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해당 농가들은 정말이지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도내 농정당국과 일본 대리업체 사이 물밑 협상이 오간다는데, 협상이 쉽지 않다는 후문이다.

일본측에서 한국에 공식적으로 보급한 적이 없다는 품종들이 어떤 경로로 도내에 보급됐는지 파악하는 일을 뒤로 미루더라도, 농정당국과 농협이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당국자들이 품종보호등록 제도에 대해 제대로 이해는 하고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 있는데, 소 한 마리 잃었을 때 쇠막 고쳐야 남은 소를 치킬 수있다. 지금이라고 감귤 품종 전반에 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

도내에 유입된 감귤 품종의 종류를 파학하고, 품종보호 대상이 될 만한 것들을 별도로 관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농가소득을 담보할 만한 국내품종을 발굴‧육성하는 일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마침, 농촌진흥청 소속 감귤연구소가 최근 신품종 발굴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는 소식이 있어 천만 다행이다.

농업기술원과 기술센터가 작물 재배 기술 보급에만 주력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경당문노직당문비(耕當問奴織當問婢), 농사짓는 일은 머슴에게 묻고, 베 짜는 일은 계집종에게 물으라고 했다. 농사는 농민들이 잘 하는 일이니, 농정당국은 농민들이 걱정 없이 농사지을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농약 허용물질 목록 관리제도(PLS)의 추진 과정에서도 최근 불거진 품종보호등록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당국은 너무 우왕좌왕한다. 당국이 미리 준비하고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노련함은 찾을 수 없다. 무술년(戊戌年)을 보내는 농민들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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