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지역경제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저금리와 부동산과열이 양산했던 거품이 빠진 자리에는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불황의 터널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부동산 시장이 싸늘하게 식었다. 주택은 이제 싸게 내놔도 거래가 되지 않아 시중에는 미분양주택이 넘친다. 건축대금과 인건비를 받지 못한 하도급업체와 노동자들은 명절 전 자금난에 아우성이다.

음식, 숙박업은 동식에 위기를 맞고 있다. 숙박업소들은 객실을 절반도 채우지 못한다. 방을 헐값에 내놔도 객실은 비어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손님이 없어 의욕을 잃은 지 오래다.

서귀포 지역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농업도 위기의 조짐이 나타난다. 지난해 가을 장밋빛 기대를 모았던 감귤이 거둔 성적은 초라하다. 노지감귤은 시장에서 팔리지도 않고 있다. 천혜향과 한라봉은 대목을 앞두고도 매기가 없고 그나마 레드향이 선전하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월동무는 더 문제다. 무밭 수천 평을 수확해 출하했는데, 통장에 돈이 거의 입금되지 않았다는 하소연이 나올 만큼 시세는 형편이 없다. 양배추도 이후에 비슷한 상황에 놓일 조짐이 있다.

이제 행정당국이 나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

우선 떠오르는 대로 상가 임차료 되돌리기 캠페인 같은 것을 제안한다. 정부가 카드수수료를 인하했으니 지방정부는 지난 2015년 이후 형성된 임차료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업주들이 어려운 시기기를 버틸 수 있다.

그리고 물가 혹은 음식값 되돌리기 운동 같은 것도 해볼 만하다. 관광객들이 제주를 방문하면 대체로 비싼 음식값에 놀란다. 비슷한 한정식 한 끼가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비해 대략 2000원 정도는 더 비싸다는 게 관광객들의 불평이다. 물론 임차료 거품을 걷어낸 이후라면 음식값을 낮추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들에 구내식당을 올 한 해 운영 중단을 요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서귀포시민들은 이전 공공기관들이 지역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전 기관들은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쇼핑은 이마트에서 해결한다. 이런 식이라면 서귀포시가 혁신도시를 유치할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이전기관들이 서귀포 지역경제에도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이도록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서귀포시는 이마트의 증설허가 신청을 반드시 불허해야 한다. 인구 20만도 안 되는 도시에 대형마트 2개가 들어선 것도 불합리한데, 매장까지 확장한다면 지역 골목상권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서귀포시민들은 오는 28일, 양윤경 시장의 선택을 주목한다.

시민들은 터널의 입구에 서 있다. 끝을 알 수는 불황과 불황의 터널, 그 곳에서 시정의 선택과 역할이 중요하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