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박상규 기자, 박준영 변호사 공저 <지연된 정의>

 <지연된 정의>(후마니타스, 2016)는 박상규 기자 와  박준영 변호사가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겨주는 과정을 다룬 책이다.

저자 박상규는 오마이뉴스 기자 시절 2005년에 언론인권상을 받는 등 일찌감치 기자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기자는 소속매체가 아닌 기사로 말한다'는 마음으로 정든 회사에 사표를 낸다.

그러던 중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재심프로 젝트를 진행했고, 최근에 진실탐사 셜록프로젝트를 통해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의 엽기적 기행을 폭로했다.

또 한명의 저자 박준영 변호사는 완도출신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국선변호사로 활약했다. '법은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무보수로 재심사건을 다룬다. 이 과정에 재정난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문을 닫기도 해 세간에는 '파산변호사'로 유명하다. 박 변호사를 돕기위한 스토리펀딩에 1만7000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이 두 저자는 이 책에 나오는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치사 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 기사 살인 사건, 완도 무기수 김신혜 사건들의 재심을 진행한다. 이 사건들의 피해자들은 모두 힘없는 약자이다. 사건조사 중 경찰의 압박, 욕설, 폭력이 있었고, 허위자백를 할 수밖에 없었던 공통점이 있다.

삼례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은 사법 당국이 사회적 약자들을 강압적을 수사해 허위 범죄인을 양산하는 부조리한 관행을 가장 잘 드러낸다.  슈퍼에 3명의 강도가 침입해 노인을 살해했는데, 다음날 용의자로 체포된 3인은 지적장애인들, 가난한 자들이었다. 이들은 문맹이었고 알리바이가 존재했고 지능도 낮았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허위자백을 강요했고, 피의자들은 이를 근거로 징역형을 받았다. 그런데 이후 사건의 진범이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살인자임을 자백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하지만 기소한 검사는 모르척했다.

평범한 사람들, 판사,검사들 조차도 "허위로 살인을 자백 할 수 있는가?" 생각할 수 있다. "3심제도와 국선변호사제도가 있는데 억울한 피해자가 있겠는가?"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법과 원칙에 따른 법집행, 국가제도와 장치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운행된다는 전제가 없다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의 양심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제주 4.3사건재심에 피해자들도 70년 만에 공소기각으로 사실상 무죄로 해석 될 수 있는 판결을 받았다. 아직도 수많은 사회적 약자가 억울한 누명으로 옥살이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사법정의란 무엇일까?' 법이 사회적 지위와 신분에 상관없이 모든 이에게 공정하게 적용되는 사법정의를 위해 '국가와 개인이 무엇을 해야할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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