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 문제점이나 어려운 요소가 세부사항 속에 숨어있다는 의미다. 즉 무슨 일을 도모할 때는 대의적 목표를 중시할 게 아니라, 세부사항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다.

강정 크루즈항이 개장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 2일에 영국 국적의 초호화 크루즈선 퀸메리 2호(Queen MaryⅡ)가 2400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입항했다. 크루즈항이 개장한 후 1년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에 있었던 지라 제주자치도는 ‘마수걸이’ 입항을 기념하기 위해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열었다.

원희룡 지사는 환영사에서 “크루즈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퀸메리 2호의 유치는 제주 크루즈 시장의 다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그리고 “크루즈터미널과 연계한 일자리와 수익 창출을 실현해, 지역 경제와 상생하는 크루즈의 모범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구상도 밝혔다.

그런데 거기 까지다. 본지가 당시 크루즈 관광객들의 동선을 따라가 본 결과, 관광객들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구경만 할 뿐, 상품 하나 사려는 마음을 보이지 않았다. 요란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표현해야 할까? 크루즈 관광이 지역 경제와 상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여러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발 크루즈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부족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선내에서 기본 숙식을 해결하는 관광객들이다. 크루즈 관광객들을 재래시장에 퍼 놓고 많은 음식을 구입하기를 기대했다면 한참 벗어난 생각이다.

이들이 지역을 상징하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10달러 이내의 기념품을 준비해야 한다. 서귀포 항구 등을 표현하는 것이면 좋다. 그리고 관광객들이 외화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휴일이라 환전할 할 곳도, 달러화를 거래할 가게도 없었다.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멀리 미국에서 온 손님들과 교감하는데 실패했다. 무턱대고 시장에 내려좋고 ‘사든가 말든가 하라’는 식이면 곤란하다. 조금 멀지만 아일랜드 출신 맥그린치 신부가 조성한 이시돌 목장,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제주에 표착해 대정현에서 취조를 받았던 하멜 일행 등을 매개로 서양인들과 소통부터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국내외 크루즈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제주 크루즈 관광에 대해 1일 동안 산과 바다, 독특한 풍광, 중산간의 광활한 들판 등을 체험할 수 있어서 경쟁력이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강정에 대해서는 항구 주변에 시장이나 문화시설 등이 갖춰지지 않고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부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첫 번째 크루즈 관광객을 맞아 부정적 요소만을 확인했다.

성대한 환영식, 근거 없는 낙관과 구호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크루즈 관광의 성패,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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