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상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학살 생존자 응우옌 티탄(하미마을)·응우옌 티탄(퐁니마을) 확정

제3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선정된 현기영 작가(좌)와 응우옌 티탄(하미마을), 응우옌 티탄(퐁니-퐁넛마을).

제3회 제주4·3평화상 수상자로 <순이삼촌>의 저자 현기영(78)씨가 선정됐다. 국내 인사로는 현기영씨가 첫 수상자이다. 특별상에는 베트남 인권운동가 응우옌 티탄(하미마을, 62, 여), 응우옌 티탄(퐁니-퐁넛마을, 59, 여) 동명이인이 공동수상자로 확정됐다. 두명의 응우옌예 티탄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해 가족이 모두 학살당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4월 1일 오후 6시 제주KAL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4·3평화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만불,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만불이 수여된다. 이에 앞서 오후 4시에는 제주KAL호텔 동백룸에서 수상자에 대한 합동기자회견이 마련된다.

4·3평화상 수상자인 현기영씨는 제주 출신으로, 민중의 삶을 억누르는 야만의 역사를 글로 드러내어 그 상처를 보듬는 작가이자, 평화로운 공동체 회복을 위해 실천하는 지식인이다.

그는 4·3에 대해 30여년간 망각과 침묵을 강요당하던 시절, 문학적 양심으로 북촌리 대학살을 다룬 작품 <순이삼촌>을 1978년 ‘창작과 비평’에 발표하면서 4·3을 시대의 한복판으로 끌어올렸다. 이 작품은 국가폭력의 실상을 폭로하고, 진상규명의 필요성 그리고 치유와 추모의 당위성을 널리 확산시키는 디딤돌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대학가와 지식인들에게 4·3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키고, 문화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작가는 4·3을 소재로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1979년 군 정보기관에 연행되어 심한 고초를 겪었고 소설「순이삼촌」은 14년 간 금서가 됐다.

이외에도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을 창작해 한국 문학계의 거목으로 칭송을 받았지만, 또 하나의 4·3소재의 장편소설인 자전적 성장소설「지상에 숟가락 하나」(1999)가 국방부의 불온도서로 선정되는 등 시련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앞장섰는데, 제주4·3연구소 초대소장, 제주사회문제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4·3의 기념사업위원회 대표를 맡아 4·3진상규명운동의 연장선에서 끊임없는 활동상을 보였다.

특별상 수상자인 응우옌 티탄(Nguyen Thi Thanh, 하미마을)과 응우옌 티탄(Nguyen Thi Thanh, 퐁니-퐁넛마을)은 1968년 베트남 민간인학살 당시 각각 11살과 8살의 몸으로 학살의 현장에서 가족들을 잃고, 자신들은 온 몸에 총상을 입고 살아남은 여성 후유장애 생존자들이다.

이들 동명의 두 응우옌 티탄은 2018년 4월 22일 한국에서 열린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에 원고로 참석해 하미마을과 퐁니-퐁넛 학살을 증언해 최초로 원고 승소 판결을 이끌어 국제사회의 큰 주목을 받았다.

하미마을 응우옌 티탄은 1968년 1월 24일,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해 135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조사된 꽝남성 디엔반시 하미학살에서 살아남았다. 당시 어머니, 남동생, 숙모, 사촌동생 둘을 잃고, 11살이었던 탄은 수류탄에 왼쪽 귀의 청력을 상실, 왼쪽 다리와 허리에 수류탄 파편이 박히는 부상을 입었다.

퐁니-퐁넛마을의 응우옌 티탄은 1968년 2월 12일, 74명이 희생됐던 꽝남성 디엔반시 퐁니·퐁넛학살 생존자로, 당시 어머니, 언니, 남동생, 이모, 이종사촌동생 등 모두 다섯 명의 가족을 잃었다.?8살이었던 탄은 왼쪽 옆구리에 총상을 입었다.

이들은 오랜 시간 자신들이 겪은 고통과 상처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민평화법정 승소 판결 이후 제주를 방문, 4?3 여성 생존자들과 함께 증언의 자리에 서서 4?3과 연대, 서로 위로하기도 했으며, 4?3평화공원에서는 참혹했던 전쟁의 고통과 진실에 공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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