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고사 판정, 감귤박물관에 전시키로

서홍동 면형의 집에서 자라던 제주 최초의 온주밀감 고사목. 100년 넘게 이 자리를 지켰던 이 나무는 지난달 초 고사판정을 받았다. 이 나무는 감귤박물관으로 옮겨져 전시될 예정이다.(사진=양용주 기자)

제주 온주밀감의 효시로 알려진 감귤나무가 최근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사된 이 나무는 감귤박물관에 전시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출신 에밀 타케(1873~1952년, 한국명 엄택기) 신부는 지난 1911년 일본에 있는 친구에게 제주산 왕벚나무 몇 그루를 보냈는데 그 답례로 미장온주 14그루 받았다. 이것이 제주에 들어온 최초의 온주밀감이다. 고사한 나무는 그 중 마지막 남아있던 한 그루다. 

이 나무는 그동안 서홍동 면형의 집에서 자라면서 감귤나무의 효시로 관리되어 왔다. 서홍동은 ‘제주 최초의 감귤나무’ 팻말을 세우고 ‘서홍8경’에 포함시켜 자랑해 왔다. 

제주 온주밀감의 효시인 나무는 최근 몇 년 동안 수세가 약해지다가 지난해 여름부터 잎이 마르는 등 고사되기 시작했다. 이에 서홍동 주민들은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해 차광막을 설치하고 녹화 마대로 나무를 감싸보기도 했으며, 영양제를 투입해보기도 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나무 살리기에 나섰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또한 탱자나무 묘목으로 뿌리접도 시도해 봤지만 고사하기 시작한 나무를 되살리지 못했다.

나무 수령이 100년이 넘어 온주밀감으로는 고령에 달한데다 지난 2016년 1월과 2018년 1월의 기습한파, 매년 여름마다 찾아오는 폭염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홍동과 서홍동 주민들은 최근 감귤박물관과 논의해 이 감귤나무를 감귤박물관으로 옮겨 전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감귤나무가 있던 자리에는 사진과 안내판 등을 세워 이를 기념하기로 했다.

강상수 서홍동주민자치위원장은 “몇 년 전부터 서홍동 영농회에서 감귤나무를 맡아 관리해 왔는데 그 때 이미 나무가 약해져 있었다. 그동안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살려보려고 노력했지만 안됐다. 지난달 초 최종적으로 고사한 것으로 판정했다”면서 “고사목을 감귤박물관에 보내 전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 자리에는 감귤나무의 유래와 풍성했을 때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전시해 기념하고, 그동안 나무를 되살려보기 위해 노력한 모습도 넣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기확 감귤박물관 운영팀장은 “의미있는 감귤나무이기에 박물관 측에서 전시하기로 했다”면서 “서귀포미술협회와 조각가협회에 자문을 구했다. 설치미술 기법을 활용해 박물관 로비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홍 팀장은 “고사목은 조만간 전시를 위한 작업을 거쳐 내달 중 감귤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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