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박물관 7월 31일까지 ‘제주고지도, 제주에서 세계를 보다’ 특별전

대동여지도에 나온 제주도지도.(사진은 장태욱 기자)
17세기 후반에 제작된 제주지도. 대동여지도에 비해 200년 앞서 제작됐지만 제주도에 대해 훨씬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 관심인 대야수포의 위치를 지도에서 처음 확인했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섬은 오래도록 고단한 삶을 상징했다. 옛 왕조국가의 관심에 삶의 터전으로서의 섬과 섬사람들은 없었다. 오로지 조정이 필요한 물자를 공출하는 수탈의 대상이었고, 외적이 침입하면 막아야 할 군사기지였을 뿐이다.

그런데 근대는 강화도나 거문도, 제주도 등을 통해 이 땅에 들어왔다. 섬은 소란스러워졌고, 피로 들끓는 역사가 반복됐다. 섬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럽게 변화됐다. 그 인식의 변화는 지도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제주대학교박물관(관장 오상학)이 제주대학교 개교 67주년을 기념해 박물관 기획전시실(3층)에서 ‘제주고지도, 제주에서 세계를 보다’ 특별전을 열었다. 전시회는 지난 5월 28일 개막해 오는 7월 31일 까지 이어진다. 이번 특별전은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제주고지도 전시회다.

지난달 31일에 시간을 내서 제주대학교 발물관을 찾았다. 지도 특별전을 찾아 제주대학교까지 찾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옛 사람들이 제주섬을 표시하는 형식을 통해 이 섬에 대한 옛 사람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하멜이 제주에 표착했을 때 배가 당도해 부서졌다는 ‘대야수(大也水)’ 포구의 위치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전시실에는 조선시대에 제작된 제주도 지도와 일제강점기의 측량지도, 해방 이후 급변하는 제주모습을 그린 지도, 서양인이 그린 지도 등 제주와 관련된 지도 100여점이 걸려있다.

중학교 국사시간에 귀가 닳도록 들었던 대동여지도(국사편찬위원회 소장)와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등은 물론이고 르네상스 시대 이후 서양에서 제작된 지도들도 전시됐다. 또, 제주 지방사를 연구할 때 자주 거론되는 제주삼읍도총지도와 제주삼현도 등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운 점은 조선시대 지도의 최고봉이라고 불리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실린 제주도편 지도가 당시 기준으로도 수준 이하라는 점이다. 지도에는 지명이 대부분 맞지 않고, 부속섬의 이름도 뒤바뀐 경우도 태반이다. 오히려 17세기 이형상 목사 시대에 제작된 제주지도가 훨씬 많은 정보를 담았고 사실적이다.

이에 대해 강은실 제주대학교 박물관 학예사는 “조선시대 사람들은 이전 시대의 지식과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제작할 당시에도 제주를 다녀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대야수 포구의 위치는 제주지도나 탐라지도병서에 서림포 북쪽에 선명하게 표기됐다. 야계(冶溪) 이익태(李益泰, 1633~1704)는 1694년부터 1696년까지 2년간 제주목사를 지냈다. 이익태는 탐라에 대한 기록이 부족한 것을 보고 <지영록知瀛錄>을 편찬했는데, 이르기를 계사년(1653년) 7월 23일에 서양국 만인 64명을 태운 배가 차귀진 밑 대야수 해변에서 부서졌다고 했다. 대야수는 지금의 신도리 해안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라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도 제주섬이 정확히 기록됐다. 배를 타고 외국을 다니던 고려시대의 유산이 반영됐거나 탐라가 멸망한지 100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제작되어 탐라국의 존재감이 남은 결과일 것이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1960년대에 제작된 제주관광안내도. 당국이 지도 제작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후원을 받은 흔적이 지도에 반영됐다.(사진은 장태욱 기자)

이외에도 지도와 관련한 재미있는 사실들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제주양씨의 족보에 제주의 지도가 들어있는데, 삼성혈을 가운데 크게 그리고 한라산의 정기가 삼성혈로 이어지는 것처럼 묘사했다.

또, 1960년대 제주도가 제작한 제주도관광안내도는 지도 테두리에 한림어업조합, 제주건설 등을 비롯해 100개 가까운 사업장의 상호가 적혀있다. 당국이 지도를 제작할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광고 협찬을 받은 결과다.

돌아오는 길에 제주삼현도 복사본을 선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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